별정통신업계가 너나없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도 나름대로 힘을 합쳐 희망의 불꽃을 지피는 곳도 없지 않다. 올해 초 SK텔링크·서울국제전화·송아텔레콤·프리즘커뮤니케이션스 등 1호 사업자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한국통신재판매사업자협회(KTRA)」가 바로 그 주인공.
KTRA는 최근 회원사 대표자들이 모여 콜모으기 집단계약을 체결하고 국제전화회선을 SK텔링크 교환기에 모두 연결, 최저 요금 국제전화루트(LCR)를 상호공유하고 가장 낮은 LCR를 제시한 업체에 자기회사의 콜을 보내기로 하고 이를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회원사간 상호신뢰감 조성이라는 근원적인 역할과 함께 동료업체의 LCR를 통해 일정 정도의 이익만 낼 수 있다면 자사 회원의 국제전화콜을 상대방 업체의 회선에 실어보내고 이미 사용하고 있는 국제회선을 없애거나 회선이용료를 아낄 수 있기 때문에 그나마 어려운 경영에 다소나마 숨통을 틔울 수 있는 방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9개 업체가 KTRA 콜모으기에 참여하고 있으며 곧 1, 2개 업체가 더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온 별정통신업계가 경영개선을 위한 몸부림에 열병을 앓으면서 또 한 가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 있다. 업체간 우열이 분명해지고 적자업체는 계속되는 적자누적업체로, 흑자업체는 대박은 아니지만 그래도 줄곧 이익을 내는 업체로 명확히 갈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말하면 업계 교통정리를 위한 조건은 오히려 성숙돼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너도나도 할 수 있다고 덤빌 때보다는 살아남을 업체의 조건과 선이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호 사업자간 제휴 또는 1, 2, 3호 영역을 넘은 결합 등 좋은 인수합병 모델만 나타난다면 막강한 파급력을 갖고 업계 전반에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별정통신시장 질서재편에 또 한 가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 외국통신사업자들의 움직임이다. 이들은 막대한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앞세워 한국시장에 대한 공략의 고삐를 죄오고 있다.
물론 외국업체들이 별 소득도 없이 한국업체와 손을 잡는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탄탄한 사업을 진행해온 우량업체는 어려워진 시장환경 탈출을 위해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적극 활용해 봄직하며 나아가 해외사업자의 글로벌망을 이용, 사업영역을 세계로 뚫어볼 수도 있는 일이다.
현재 별정통신업체들 각사가 고민하는 내용은 어쩌면 자기 회사의 매출과 손익에 국한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첫단추를 꿴 것부터가 문제의 발단이 됐다면 개별 생존전략도 중요하지만 업계 전반의 체질개선을 위한 노력이 그보다 훨씬 중요하다.
바람직한 구조조정을 통해 별정통신시장의 혼탁함을 걷어내고 우량업체들 중심으로 사업자 구성이 재편된다면 그것은 2년 여 동안 이루지 못한 별정통신의 또 다른 성공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별정통신업체가 당장 어려움이 극에 달했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경영개선과 시장재건을 위한 새출발의 기회로 만드는 공동의 노력이 지금부터라도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위기는 노력 여하에 따라 새로운 기회도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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