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분야는 순수 소프트웨어(SW) 매출만으로 유일하게 연간 1000억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대표적인 SW분야 가운데 하나다. 특히 DB는 각종 정보시스템과 애플리케이션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정보기술(IT)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매출 규모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국내 DB산업이 태동한 것은 80년대 후반. 기존의 IBM 호스트 일변도의 컴퓨팅 환경에 맞서 낮은 비용과 개방 구조를 내세운 유닉스 기반의 클라이언트 서버 컴퓨팅이 부상하면서 DB시장의 기반이 마련되기 시작한 것이다.
15년 연륜의 국내 DB산업을 이끄는 핵심 인물로는 단연 한국오라클의 강병제 사장(58)이 꼽힌다. 강 사장은 89년 한국오라클 설립 당시부터 지사장을 맡아 강한 추진력과 특유의 카리스마로 오라클을 직원 850명, 매출 1000억원 이상의 IT전문기업으로 키워냈다. 100회가 넘는 무료 기술강연회를 비롯해 DB 개념과 필요성을 알리는데도 기여를 하는 등 초기 국내 DB시장 정착에 공헌도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강 사장은 2∼3년 단위로 교체되는 다른 지사장과는 달리 12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최장수 지사장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또 유난히 사람 욕심이 많아 직접 해외에 나가 파격적인 조건으로 사람을 데려오는 등 인재발굴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강 사장은 경복고와 한양대 공대를 졸업하고 70년부터 20년동안 러스일렉스릭 등 외국 기업에서 엔지니어 및 세일즈 매니저로 근무했다.
강 사장과 함께 오라클을 이끌어온 윤문석 부사장(49)은 강 사장 이후 차기 지사장으로 일찌감치 내정돼 한국오라클의 모든 살림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온화하고 포용력있는 성격으로 주위에 사람이 많은 것이 큰 장점이며 주도면밀함을 겸비해 전략적인 감각이 뛰어난 강 사장과 명콤비를 이룬다는 평판. 윤 부사장은 경복고와 서울대 응용물리학과를 졸업하고 77년부터 93년까지 (주)대우에서 일했으며 한국오라클에는 93년부터 합류했다.
윤 부사장과 같은해 입사한 안병문 부사장(48)은 경복고, 서울대 응용물리학과,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과를 거쳤으며 삼성전자에서 15년간 재직하다 현재는 오라클에서 기술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오토데스크코리아 김일호 사장(46)이 부사장으로 합류하면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라클과 함께 국내 DB산업을 일군 업체로는 인포믹스와 사이베이스가 있다. 인포믹스 김광원 사장(45)은 95년 한국인포믹스에 입사, 96년부터 5년째 지사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산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82년부터 10여년동안 한국IBM에서 영업을 담당해온 정통 영업맨으로 성격이 솔직 담백하며 본사에도 할 말은 하는 지사장으로 알려져 있다. 객체관계형 DB와 데이터웨어하우스(DW), 지식관리시스템(KMS) 등의 당시의 신개념 IT 기술을 국내에 선도적으로 소개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기술사업부를 맡고 있는 김영성 이사(43)는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졸업하고 현대건설 해외플랜트 사업부를 거쳐 한국HP에서 시스템 엔지니어, 컴퓨터통합생산(CIM) 팀장, 금융 컨설팅 팀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인포믹스는 초기 다우와의 합작사인 인포믹스다우코리아로 출발한 이후로 다우기술 출신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현재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다우기술의 김익래 회장(50)은 87년 인포믹스 제품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면서 DB시장의 싹을 틔운 공로가 있다. 인포믹스에서 고객지원을 맡고 있는 지용 이사(40)와 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윤덕 이사(39)도 다우기술 출신이다.
한국사이베이스는 94년 설립된 이후 6년동안 송영덕 초대사장을 비롯해 박서일 사장, 김지문 사장이 거쳐갔으며 현재는 이상일 사장(48)이 4번째 지사장을 맡고 있다. 그런 만큼 지난 몇년동안 누적돼온 한국사이베이스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중대한 역할이 이 사장에게 주어져 있다. 이 사장은 인포믹스 초대 지사장을 지낸 적이 있어 DB분야와는 인연이 없지 않은데다 시퀀트코리아 지사장을 거치기도 해 향후 활동이 주목된다.
97년 사이베이스 3대 지사장으로 취임해 2위 탈환, 불명예 회복의 기치를 걸었던 김지문 전사장(47)은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올해 4월 코스모브리지 공동대표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부터 SW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는 한국IBM 이휘성 이사(39)는 유닉스 및 윈도NT DB시장에서 IBM의 입지를 높여야 하는 중요한 책임을 맡고 있다. 이 이사는 서강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MBA과정을 이수한 후 84년부터 IBM에서 시스템 엔지니어와 서비스 사업본부 등을 거치며 SW·컨설팅·서비스 분야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최근에는 e비즈니스를 위한 전략 제품인 DB2 유니버설DB7을 통해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편 국내 DB시장은 90% 가량 외산 제품이 장악하고 있으나 DB 국산화와 국산DB의 시장 확대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국컴퓨터통신의 강태헌 사장(44)은 국산DB 중흥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강 사장은 97년 미국 유니SQL사로부터 소스코드와 판권을 인수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상용화된 국산DB를 보유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최근에는 KAIST, ETRI 등 국내 주요 DB전문가들을 결집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차세대 DB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실 감각이 뛰어나면서도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는데도 탁월하다는 평가다.
IMF 당시 자금 압박으로 부도를 겪은 한국컴퓨터통신이 빠른 속도로 정상 궤도에 오르는데도 강 사장의 강한 추진력과 인간적인 소탈함, 인화력 등이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강 사장은 아주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전기통신 공사에 근무하다 88년에 한국컴퓨터통신을 설립했다.
유니SQL의 소스코드·판권 인수에 실질적인 역할을 한 김종진 상무(44)도 강 사장과 함께 89년부터 한국컴퓨터통신의 사업을 관장하고 있다. 김 상무는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IBM에서 근무하다 한국컴퓨터통신에 합류했다. 차분하면서도 논리적인 면이 강 사장의 추진력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평가. 최근 한국컴퓨터통신 부설연구소 이사로 선임된 허대영 이사(42)는 82년부터 올 초까지 ETRI에서 DB 연구 개발에 잔뼈가 굵은 DB전문가다. 바다Ⅰ, Ⅱ, Ⅲ, Ⅳ에 이르기까지 ETRI의 DB개발 전 과정에 참여했으며 한국컴퓨터통신에서 차세대DB 개발이라는 중차대한 책임을 맡고 있다. 허 이사는 숭실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했으며 정보처리 기술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 메인메모리 DB인 스피너를 상용화한 알티베이스의 정광철 이사(37)와 김기완 이사(37)도 국산DB의 영역 확대를 위해 새롭게 뛰어든 인물로 꼽힌다.
클라이언트 서버가 DB시장의 태동을 불러왔다면 2층 클라이언트 서버 구조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출현한 3층 클 서버 컴퓨팅은 미들웨어의 존재를 부각시킨 계기가 됐다. 미들웨어 분야에서는 국산 TP모니터인 티맥스를 중심으로 새롭게 등장한 국내파와 NCR 인맥을 주축으로 하는 기존 미들웨어 인물들이 주요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미들웨어 분야에서 가장 화제를 뿌리는 인물은 티맥스소프트의 박희순 사장(57). 박 사장은 KAIST 박대연 교수(44)와 공동으로 국내 최초의 상용 TP모니터인 티맥스를 개발, 출시해 금융·공공시장에서 이름을 높이고 있다. 박 사장은 40대 사장이 주류를 이루는 IT업계에서 비교적 고령에 속하지만 사업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젊은 사람 못지 않다. 61년부터 한일은행(현재 한빛은행)에 입사해 36년동안 은행 업무에 관여해왔으며 87년부터는 전산부 실장, 부장을 거치며 각종 금융 전산 시스템 개발을 관장해왔다.
티맥스소프트와 산학협동 관계로 묶여있는 KAIST 박대연 교수는 국산 미들웨어의 대표적인 개발 전문가로 꼽힌다. 미국 오리건대에서 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했으며 남캘리포니아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75년부터 13년동안 한일은행 전산부에서 일한 적이 있으며 96년 한국외대 제어계측공학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KAIST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일중독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연구개발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으며 티맥스 초기 제품 개발을 혼자서 다해낼 정도로 타고난 개발감각과 탁월한 집중력을 갖고 있다.
티맥스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시장 규모나 사이트 수에서 보면 국내 미들웨어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는 여전히 BEA코리아다. BEA코리아 심풍식 사장(49)은 97년 BEA코리아 설립부터 지금까지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1년전부터는 턱시도뿐만 아니라 웹 애플리케이션 서버인 웹로직을 통해 e비즈니스시장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B2B 서버 등의 분야에도 관심을 돌리는 등 사업을 다양화하고 있다. 심 사장은 연세대 기상학과를 졸업하고 정부전자계산소를 거쳐 한국유니시스와 한국썬에서 영업을 담당했다. 94년부터 BEA코리아 사장 취임 직전까지는 네트워크 업체인 한국쓰리콤 사장을 역임했다.
이와 함께 미들웨어 초기 시장을 개척했던 우노시스템과 OEC코리아의 미들웨어 시장 형성에서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우노시스템의 김동주 이사(37)는 클라이언트 서버 및 미들웨어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로 거론된다.
춘천고와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88년 동아컴퓨터에 입사해 전산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89년부터 96년까지 한국NCR에서 SW 및 미들웨어 사업을 수행한 경험이 있어 이 분야 베테랑 중 하나다. 지난해 6월부터 대표이사를 맡은 정재현 사장(36)은 외산 제품 공급에서 탈피해 자체 제품 개발과 국산 미들웨어 공급에 주력해 우노시스템의 사업 방향 전환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사장은 장충고를 졸업하고 한양대 경영학과와 미국 성존스대를 거쳐 한국NCR, LGEDS시스템에서 재직한 바 있다.
엔테라로 초기 미들웨어 시장을 공략해온 OEC코리아도 98년부터 김유진 사장(40)을 대표이사로 영입해 e비즈니스 솔루션 분야로 활발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김 사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KAIST 전산과를 졸업하고 금성 반도체 연구소 주임연구원과 한국IBM 시스템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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