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 벤처 업계의 창업 1세대가 줄지어 옷을 벗고 있다.
올 초 잘 나가던 인터넷접속서비스제공업체(ISP)인 아이네트(현 한국피에스아이넷)의 사장 자리를 박차고 나온 허진호 박사(현 아이월드네트워킹 대표)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의 창업자인 김진호씨와 인티즌과 맥스무비의 창업자인 박태웅씨가 경영권 마찰을 이유로 차례로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았다. 이어 지난 8일에는 여행사이트인 3W투어를 창업하고 지금까지 이끌어 온 장진우씨도 이같은 옷벗기 대열에 합류했다.
『성공한 벤처기업의 CEO는 재미없다』며 아이네트를 나와 아이월드네트워킹이라는 새로운 벤처를 창업해 역량을 펼쳐 보이겠다고 선언한 허 박사의 경우 국내 벤처기업 CEO들에게 하나의 길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골드뱅크의 전 사장인 김진호씨의 경우 마케팅전략이라는 명분아래 진행해 온 농구단 인수, 금융업체 인수 등 문어발식 사업확장 때문에 벤처정신을 실종했다는 업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고 이를 현 골드뱅크 사장인 유신종씨가 우호지분을 통해 경영권에서 몰아낸 결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3월말 공병호 전 자유기업원장을 공동대표로 영입하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만남」 「시니어와 주니어의 조화」라는 점에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던 인티즌의 경우 경영권 문제를 둘러싼 감정대립으로 결국 박태웅 사장이 비상근 대표이사로 물러나면서 사실상 인티즌의 경영권을 내놓았다.
이어 지난 8일에는 3W투어의 창업자인 장진우 사장도 사임했다. 장 사장의 퇴진은 장 사장이 지난해 11월 3W투어의 지분 54%를 인수하며 대주주로 자리잡은 아시아넷측에 사임의사를 밝혔고 아시아넷이 이를 수용키로 하면서 결정됐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이같은 현상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터넷 벤처의 상당수에 대기업이나 벤처투자사, 유수의 자본과 개인의 지분이 침투해 있는 상황이고 보면 앞으로 적정 지분율을 확보해 놓지 않은 인터넷 벤처 창업자가 이탈하는 모습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벤처로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대기업 형태로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대기업형 벤처로 남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국내 인터넷 벤처의 CEO들에게 자신의 기업인 유리시스템을 루슨트테크놀로지에 매각하고도 자신은 전문경영인으로 벤처의 길을 걷고 있는 김종훈 사장의 사례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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