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소기업 울린 배달 사고

납기는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이기 때문에 납기를 지키기 위한 제조업체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그러나 일부 무책임한 운송업체들 때문에 본의 아니게 납기를 지키지 못해 겪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제조업체들이 의외로 많다. 더욱이 배달사고에 대한 보상규정이 운송업체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어 대부분의 피해는 제조업체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A항공사의 배달사고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N사의 경우도 이같은 현실을 대변해준다.

커넥터업체인 N사는 최근 세트업체에 공급할 MP3 다운로드 어댑터 제조에 필요한 PS2 케이블을 중국에서 구매한 후 이를 심천발 A항공 정기노선편을 이용해 국내에 가져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우천으로 인해 갑자기 모든 비행일정이 하루씩 순연되면서부터 일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다음날 김포공항의 통관업무가 종료되는 오후 6시가 넘어도 온다던 비행기는 들어오지 않고 오후 10시로 도착시간이 지연된 것이다.

다급해진 N사의 이 사장은 통관비용이 두배가 넘게 들어가는 임시개청까지 해놓고 마냥 기다리고 있었으나 오후 10시가 되어도 비행기는 들어오지 않았다. 하루를 넘긴 항공사측은 아무런 부연설명도 없이 비행기가 오전 6시에나 도착할 것이라는 일방적인 통고로 끝났다.

이 사장은 오전 6시 드디어 비행기가 도착해 B/L을 찾아 통관수속을 밟았으나 선적했던 물건은 찾을 수 없었다. 항공사측의 답변은 랜딩기어 고장으로 물건을 실을 수 없었다는 것.

문제는 항공사측의 무책임한 태도다. 이 사장은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협력사에서 150명의 인력이 특근 대기하는 등 인건비와 물건을 납품하지 못해 발생한 기회비용 등을 감안하면 수천만원의 피해를 입었다』면서 『A항공에 항의를 했으나 보상규정에 따라 ㎏당 40여원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들었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이 사장이 금전적인 손실보다 더 안타까워하는 것은 이번 일로 목숨과 같이 지켜온 신용에 금이 가게 된 일이다.

운송업체의 잘못으로 인한 유무형의 손실이 중소업체 입장에선 너무나 크기 때문에 보상규정도 좀더 현실적으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산업전자부·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