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동박 생산업체인 일진소재산업(대표 김규섭)이 노사갈등으로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소재인 동박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국내 PCB 관련업체들의 생산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일진소재사업은 지난 3일 노조측의 불법파업에 대응, 전북 익산 소재 동박 공장의 직장 폐쇄와 더불어 공권력 투입을 요청함으로써 공장가동률이 노사분규 이전의 50%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일진소재산업은 동박이 국내 전자산업의 기간설비임을 감안, 관리인원 등을 동원해 공장을 가동하면서 노조와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노사간의 견해차가 워낙 커 조업차질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노사분규는 지난 3일 회사측이 노조측의 불법파업에 대응, 일진소재산업이 직장 폐쇄와 더불어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는 노사간의 극한대립으로 발생했다.
여기에 노사 양측의 견해차가 커, 당분간 조업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파업에 따른 PCB용 핵심소재인 동박 공급이 월활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파업 기간이 길어질 경우, 조업률을 더욱 떨어지고 이에 따른 동박 공급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곧바로 국내 PCB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됨은 물론, 국내 주요 가전업체들의 조업차질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진소재산업의 조업차질이 국내 PCB산업은 물론 전자산업계의 조업중단으로 파급될 것으로 우려되는 까닭은 이 회사가 생산하는 동박이 전자제품의 핵심소재일 뿐더러 일진이 국내 최대업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진소재산업이 생산하는 ACF 동박은 국내에서 이 회사만이 거의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전북 익산에 있는 일진소재산업은 연간 1만6000톤 정도의 산업용 동박(UCF)및 가전용 동박(ACF)을 생산하는 세계 5위 동박 생산업체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익산 공장은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동박 공장이며 국내 동박 수요의 80%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일진소재산업의 한 관계자는 『동박 생산설비는 하루 24시간, 365일 연속 가동해야 하는 특수 생산공정으로 구축돼 있어 만약 기계가동이 중단되면 전해액이 응고돼 설비의 재사용이 불가능해진다』면서 『특히 설비가동이 멈추면 환경오염을 불러올 수 있는 4000여톤의 전해액이 누출돼 대형 환경오염 사고로 번질 수 있다』면서 노조측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주)두산·신성기업 등 국내 PCB용 원판업체들은 재고를 활용해 PCB 원판을 생산하고 있으나 재고 물량이 4∼5일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 동박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연쇄적으로 조업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내 최대 PCB 원판업체인 (주)두산의 한 관계자는 『무재고 생산방식(JIT)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동박 조달이 순조롭지 못하면 바로 원판 생산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하고 『특히 가전용 페놀 원판의 소재인 가전용 동박(ACF)의 경우 수입 대체도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주)두산은 사태가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판단아래 기존 동박 수입선인 일본에너지·일본덴카이·후쿠다 등 일본 동박업체에 긴급 전문을 보내 당초 예정된 동박의 공급일정을 앞당기고 물량 또한 확대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또다른 PCB 원판업체인 신성기업도 일진소재산업 사태가 예기치 못한 국면으로 흐를 것에 대응, 일본·대만 등지의 동박업체로부터 가전용 동박(ACF)을 긴급 조달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대만 지진사태 여파로 전세계적으로 가전용 동박의 수급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대규모 물량을 조달받기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PCB업체들은 아직까지 원판수급에는 별 어려움이 없으나 일진소재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PCB 생산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면서 일진소재사업의 조업상황을 예의 주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대기업 PCB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본 등 외산 원판업체로부터의 납기를 최대한 앞당기고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일진사태가 길어질 경우 조업차질이 불가피해지고 국내 전자업체들의 생산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견된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동박은 국내 전자산업의 기간산업 역할을 담당할 정도로 핵심산업임에도 불구, 공급선이 일진소재산업이외에는 대안이 없을 정도로 독점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면서 『정부차원에서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 「제2의 페놀 파동」으로 번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전자 많이 본 뉴스
-
1
삼성, 첨단 패키징 공급망 재편 예고…'소부장 원점 재검토'
-
2
“인력 확보는 속도전”…SK하이닉스, 패스트 트랙 채용 실시
-
3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4
삼성전자 연말 성과급, 반도체 12~16%·모바일 40~44%
-
5
TSMC, 日 구마모토 1공장 양산 가동
-
6
'위기를 기회로'…대성산업, 전기차 충전 서비스 신사업 추진
-
7
삼성전자 “10명 중 3명 'AI 구독클럽'으로” 구매
-
8
현장실사에 보안측정, 국정공백까지…KDDX, 언제 뜰까
-
9
잇따른 수주 낭보…LG엔솔, 북미 ESS 시장 공략 박차
-
10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실시 협약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