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도 디지털 저작권 분쟁 파열음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불법적으로 유통시키는 것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옴에 따라 미국 음반업계가 무차별적인 저작권 소송에 휘말릴 전망이다.

미 연방지법의 제드 라코프 판사는 최근 미국음반산업협회(RIAA http://www.riaa.com)가 소니뮤직 등 음반업체와 함께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유통시키고 있는 MP3(http://www.mp3.com)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측이 제기한 음반저작권 침해주장이 타당하다』며 일단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들려주는 웹사이트에 대해 음반업계가 제동을 걸 수 있는 법적 기반을 처음으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전세계 음악계와 영화·비디오 등 문화계가 이번 결정을 크게 환영하는 반면, MP3와 냅스터 등 인터넷 음악검색 사이트들은 『회사의 존립기반까지 위협받게 됐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MP3는 8만여장의 음악CD를 자체 서버에 저장해두고 네티즌에게 이를 제공해 전세계 음악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웹사이트로 유명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RIAA 소속 음반회사들이 MP3 서비스로 한해 60억달러 상당의 매출손실을 입고 있다』며 『이번 판결이 앞으로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지적재산권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RIAA는 이에 앞서 MP3 무료 검색엔진 냅스터(http://www.napster.com)와도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저작권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대학을 중퇴한 19세의 숀 패닝이 만든 냅스터는 회원 누구나 다른 회원의 컴퓨터 하드드라이브에 들어 있는 MP3파일의 위치를 검색, 무료로 다운받고 동시에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파일을 올려놓을 수 있다.

냅스터의 웹사이트에는 MP3파일이 하나도 없지만 회원들 각각의 사이트에 어떤 파일이 있는지 관리하면서 고객들이 원하는 파일의 위치정보를 제공해주는 탁월한 장점 때문에 불과 1년여 만에 하루평균 100여만명이 찾을 정도로 최근 미국 대학생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냅스터의 성공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쪽은 전세계적인 시장지배력을 자랑하며 호황을 누려온 미국 음반업계. 콤팩트디스크(CD) 수준의 고음질을 제공하는 MP3파일이 무료로 유통될 경우 자신들의 존립기반이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RIAA는 『저작권에 기반한 기존의 음반 시장질서를 교란시킨다』며 냅스터를 법원에 제소했다. 이들은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으면 음악가들의 창작의욕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RIAA는 또 냅스터가 미국 주요 대학 전산망을 경유해 MP3파일을 주고 받는다는 데 착안, 미 남가주대(USC)는 물론 예일대·인디애나대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저작권 보호대상 음악의 해적행위를 부추겼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음악저작권을 둘러싼 분쟁은 대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인디애나대학은 현재 냅스터를 사용한 학생과 교직원들에 대한 법적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학내 전산망을 통해 MP3파일을 주고 받는 것을 금지시키는 등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방법으로 불법적인 음반유통을 막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냅스터에 접속하지 못하는 일부 학생들은 또 다른 무료 프로그램인 아이메시(http://www.imesh.com)를 이용해 음악은 물론 사진·비디오까지 교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프로그램 스핀프렌지(http://www.spinfrenzy.com)도 MP3와 비디오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한다. 이제 사람들이 음악파일을 교환하고 공유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됐다는 얘기다.

기가인포메이션그룹의 롭 엔더리 수석분석가는 『냅스터와 유사한 기술들이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어 RIAA나 음악산업계가 이를 없애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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