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 재고를 쌓아두지 않는 소매·유통업체와 생산공장이 없는 제조업체는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과 정보통신(IT) 기술발전으로 이러한 신개념의 회사들이 속속 등장, 기존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가트너그룹은 이러한 유형의 회사를 특별히 가상통합기업(VIE:Virtual Integrated Enterprise)이라고 부르고 있다. VIE가 등장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 기업경영에 어떠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인지는 현단계에서 무척 중요하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 변화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지구촌 경제의 등장이다. 아시아와 동유럽 등 공산주의가 무너진 자리에는 어김없이 자유 시장체제가 들어섰고 이는 다시 전지구촌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구촌 경제체제에서는 제품의 공급자보다 소비자가 그 중심에 서 있기 때문에 대량 생산의 시대가 끝나고 대량 소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또 노동시장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종신 고용을 보장해 주는 것이 최고의 미덕으로 통했으나 최근에는 특정 회사에 소속되지 않는 전문 직업인이 더욱 환영받는 시대가 되었다.
VIE가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이에 힘입어 VIE는 앞으로 공급자는 물론 종업원과 소비자를 하나의 독립적인 생태계로 묶는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가상통합이란 단순히 가상공간에서 활동하는 전자상거래 모델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가상통합은 오히려 기업과 기업의 핵심 경쟁력, 조직, 문화, 지도력까지 바꿔놓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가상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전통적인 공급망과 고객관리 관련 업무를 혁신시킨 사례는 우리 주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상기업이라는 용어도 시대에 따라 그 의미가 조금씩 변해왔다. 가상기업은 10여년 전 처음 사용될 때만 해도 특별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가동하는 조직을 주로 의미했다. 그러나 이 용어는 최근 아마존과 e트레이드 등 인터넷을 통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판매하는 회사를 나타내는 용어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 VIE가 몰고 올 변화는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속도경영을 들 수 있다. 예전에는 주문을 받은 후 발송과 수금업무까지 마치는데 족히 몇 주일은 소요됐다. VIE는 같은 업무를 단 몇 시간 안에 해치운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경영에 핵심적인 업무만 자체적으로 처리하고 나머지는 모두 외부 전문 기업에 맡기기 때문에 가능하다.
두번째는 유연한 작업환경이다. VIE 직원들은 사무실과 근무시간도 스스로 결정할 뿐만 아니라 이들은 모두 인터넷 등으로 본사와 외부 공급업체, 고객과도 서로 완벽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효율이 극대화된다.
세번째는 컴퓨터의 호환성이다. VIE의 서버 컴퓨터는 부품 공급회사와 전략적 제휴업체, 심지어 소비자들과도 데이터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응용 소프트웨어를 갖춰놓고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공급해주기 때문에 재고를 제로에 가깝게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 밖에도 VIE는 소규모 팀 단위로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시장의 미세한 변화에도 신속·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다.
<닐 맥머치 아시아태평양본부 수석 연구원 niel.mcmurchy@gartn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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