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본 라우터 시장 변화 가시권...시스코와 주니퍼의 쌍두체제 예고

그 동안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가 9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독점체제를 형성했던 국내 라우터 시장의 판도 변화가 가시권에 들어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라우터 시장이 지난해보다 약 20% 증가한 100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 속에 주니퍼코리아가 M20/M40시리즈로 급격히 기존 시장을 대체해 가고 있다.

 주니퍼코리아는 올 초부터 한국통신과 데이콤 등 기존의 시스코 고객업체는 물론 최근 하이텔·지앤지네트웍스·한국전산원·제이씨현 등의 신규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당연히 올 라우터 시장은 시스코와 주니퍼의 쌍두체제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주니퍼코리아가 라우터의 절반 규모를 점하는 백본라우터만으로 약 3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낙관하고 있다. 섣부른 예상이지만 시장확대 추세를 고려하면 약 500억원 규모의 백본라우터 시장에서 주니퍼가 60%를 차지하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전망일 뿐이지만 이미 제품을 공급한 업체들의 증가세로 볼 때 결코 낙관적 수치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그 동안 시스코 제품에 대한 서비스 불만과 함께 제품다운 등의 사례가 여러번 있었던 만큼 최신 기능으로 무장한 주니퍼에 대한 기대는 돌풍의 상당한 근거를 제공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주니퍼의 M20/M40 시리즈가 선풍을 일으키는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시스코 제품과 인터페이스가 가능하다는 점과 성능상의 우수성 등이 꼽힌다.

 시스코의 라우터는 고유의 NOS를 사용함으로써 타사 제품과 인터페이스를 할 수 없어 일단 시스코를 도입하면 계속 구입해야 하는 전략을 택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주니퍼의 M20과 M40은 시스코 제품과 인터페이스를 실현했다. 시스템간 개방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주니퍼의 시스코 라우터 시장잠식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국내 업체들이 그 동안 시스코 라우터의 불안정성을 여기저기서 호소해 온 가운데 주니퍼가 로드밸런싱, 패킷필터링 기능상의 강점은 물론 운영시스템 SW상의 강점을 바탕으로 깔고 있기 때문이다.

 개방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 회사가 인터페이스를 허용하지 않는 시스코와의 시장점유율 전쟁에서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가 벌써부터 관심거리다.

 물론 시스코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시스코는 최근 올 연말까지 100명의 연구서비스 인력을 충원하면서 기존에 한국통신 등 대형고객 중심으로 이뤄졌던 라우터 서비스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국내 업체들이 기존 시스코의 명성에 길들여져 있는 만큼 과연 주니퍼의 대공세가 라우터로 각인된 이 회사의 명성이 쉽게 흔들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아무튼 시장점유율 99%라고 말해지던 라우터 시장에서 주니퍼코리아가 1분기 중 백본라우터 매출에서만 20%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은 그야말로 대사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올 하반기 통신분야의 네트워크통합(NI) 구축 사업의 활성화와 함께 가장 부각되는 것이 라우터와 WDM 시장인 만큼 주니퍼의 돌풍이 이어질지가 관련 업계 최대의 관심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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