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플레이어 업계, 수요부진으로 비상

「MP3플레이어는 과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가.」

최근 국내에서 MP3플레이어를 소싱하는 해외 바이어들이 크게 줄어든 데다 정작 종주국이라는 국내에서도 수요부진 현상이 지속되면서 MP3플레이어 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수많은 업체들이 MP3플레이어 시장이 엄청난 규모로 폭증할 것으로 보고 이 시장에 앞다퉈 진출했으나 MP3플레이어가 상품화된 지 2년 가량 지난 현재까지도 실제 수요는 국내외 유통점에 재고가 산적해 있을 정도로 미미한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국내에만 무려 200여개에 달하는 업체가 MP3플레이어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양산체제를 갖추고 판매에 나선 업체는 10여개사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조만간 중소 기업을 중심으로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 규모가 1000만대를 상회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이처럼 수출 주문이 뜸해짐에 따라 대부분의 국내 업체가 고사직전의 위기에 몰리는 총체적인 난국에 빠질 수 있다』며 불안해 하고 있다.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은 그동안 취약한 자금력과 플래시메모리 공급부족 현상으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밀려드는 수출주문을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자 생산량 확대를 위한 자금확보 및 플래시메모리 수급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충분한 자금력을 갖추고 핵심부품인 플래시메모리만 넉넉히 공급받을 수 있으면 세계시장을 무대로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온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MP3파일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충분한 콘텐츠 공급이 이뤄지지 못해 소비자들이 사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또 SDMI에서 추진중인 복제방지 및 정산시스템·압축복원·호환성 등에 대한 표준화 작업이 늦어지자 바이어들이 주문을 미루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AAC·윈도미디어 등 MP3와는 다른 포맷의 인터넷 오디오가 속속 개발되면서 이들 다양한 포맷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멀티포맷플레이어가 등장, 대기수요까지 만들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또 소니와 샤프·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가 이 시장에 가세하기 시작한 것도 이처럼 국내 업체가 불안해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 일본 업체가 하반기부터 제품을 출시할 예정으로 상품화에 박차를 가함에 따라 국내 업체를 찾는 바이어들의 발길이 뜸해졌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선발업체들도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재 MP3플레이어 양산체제를 갖추고 국내외 시장에 판매하고 있는 업체들은 이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시대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MP3플레이어 시장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만 갖고 충분한 준비 없이 무작정 이 사업에 뛰어든 대다수의 중소업체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MP3플레이어가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나 이에 대해서는 국내 업체도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이같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 너도나도 식으로 무작정 이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가 많아 세계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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