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활동으로만 한해에 10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기업이 있다. 바로 세계 최대 가전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이다.
미국 주간 경제지 비즈니스위크가 조사 발표한 「미국 900대 기업의 99년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GE의 순이익은 107억1700만달러에 달했다. 매출은 1116억3000만달러로 5위였지만 수익은 지난해보다 15% 늘어 미 업체 중 1위를 차지했다. 특별이익으로 한해에 100억달러 이상을 번 기업은 있었지만 순수한 영업활동으로 이런 기록을 세운 기업은 GE가 처음이다.
GE는 주력사업부문인 전자·전기가 호조를 보인 가운데 신생사업부문인 금융서비스가 급성장해 이번에 순이익 1위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GE의 이런 성공에는 「디지털 경영」의 전범이라 불리는 잭 웰치 회장이 있어서 가능했다. 그는 왼손에는 스피드 경영, 오른손에는 인터넷을 들고 세계 최고의 디지털 경영을 펼치고 있다.
「구조조정의 대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는 웰치 GE 회장은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 모 연설회에서 『기업안에 존재하는 권위적인 벽을 허물어야 한다. 조직 구성원이 보유하고 있는 노하우를 최대한 공유하고 활용하는 수평적인 지식 습득문화가 GE를 세계적 기업으로 만드는 원동력이다』라며 스피드 경영에 필요한 조직원 사이의 벽 허물기를 주장했다.
그는 또 GE의 워크아웃 운동을 예로 들며 『원활한 지식공유를 위해서는 부서간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제거해 아이디어의 상호교류를 적극 장려해야 한다』며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스피드 경영」을 얼마나 잘 실천하느냐의 여부가 21세기 기업생존을 결정할 것』이라며 스피드 경영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미래에 대한 변화는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미래 예측능력보다는 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력을 키우는 데 기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변화에 대한 민첩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사업목표를 다각화하기보다는 목표설정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GE가 21세기 기업경쟁력을 좌우할 경영덕목으로 신속성(스피드)을 꼽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 웰치 회장의 말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GE는 신속성의 가치를 인정하고 업무수행과 새로운 기법 도입, 변화추구 등에 있어 스피드를 중시하는 대표적 기업이다. 이에 대해 웰치 회장은 지난 10월 「21세기 경영전략과 비전」이라는 연설회에서 『21세기로 접어들면서 기업의 더욱 빠른 의사결정 능력이 강조되고 있다. 성공적인 기업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미래 예측을 잘 하느냐」보다는 「얼마나 신속하게 변화에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GE는 이같은 스피드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목표설정을 최소화하고 「모터보트」와 같이 신속한 의사결정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열린 조직을 통해 구성원들과 긴밀히 대화함으로써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웰치 회장은 『GE를 「세계에서 가장 비관료적이고 장벽이 없는 조직」으로 개혁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사원 한사람 한사람이 개개인의 무한한 잠재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활력이 넘치는 열린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다.
GE는 과거 냉장고에서 발전설비에 이르기까지 안 만드는 것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품목을 내놓고 있었지만 웰치 회장이 취임한 이후 사업별로 경쟁력이 수위인 사업만을 남기고 모두 처분했다. 이에 따라 100여개에 달하던 상품 수는 20여개로 대거 축소됐다.
웰치 회장은 『해당 사업분야에서 5위쯤 하는 사업부문에 다니는 직원들은 하루하루가 힘들다』며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업계 1·2위 사업만을 영위하는 것이 좋다』고 밝히고 있다.
GE는 아울러 세계시장을 좌우할 미래 신사업으로 인터넷 비즈니스인 전자상거래를 꼽고 있다. 현재 GE는 전자상거래를 통해 협력업체, 고객들과의 거래를 급속히 변화, 발전시키고 있다. 웰치 회장은 『전자상거래는 지금까지의 어떤 전략보다도 더 큰 기회를 부여하는 혁명이 될 것』이라며 이를 강조하고 있다.
GE는 스스로 재정적 안정성과 걸출한 지도력, 사업부의 다양화, 세계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강점으로 꼽고 있다. 아울러 세계화와 인재 사업규모, 기업가치, 경영혁신, 기술력 등에서도 세계 최고기업으로 꼽힐 만한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 GE는 학습을 중시함으로써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회사다. 회사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성공과 실패까지도 연구해 자기 것으로 소화하고 있다. 웰치 회장은 『더 나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누구 것이든지 받아들여야 한다』며 학습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일례로 GE의 6시그마 품질운동은 모토로라에게서 배운 것이고 자산관리에 대한 지식은 도요타에서, 신제품 출시 프로세스는 HP에서 각각 배운 것이다.
GE의 세계화 전략도 다른 기업들이 부러워하는 부분이다. GE는 전체 매출액 가운데 약 42%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할 정도로 세계화 부문에서 앞섰다.
전세계 100여개국에서 사업을 벌이는 GE는 여러 나라의 파트너와 자본, 기술제휴에서 합작, 인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21세기 경영 요체로 전자상거래 등 인터넷을 강조하는 웰치 회장은 『인터넷을 잘 활용하는 기업만이 세계시장에서 리더가 될 수 있고 생존할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웰치 회장은 99년 초 GE를 전자상거래업체로 변신시키겠다는 인터넷 경영전략을 선언했었다. GE의 이런 노력에 힘입어 미 지식경영 전문 연구기관인 텔레오스(http://www.teleos.com)가 선정한 「2000년 세계 10대 지식기업」에 IBM·MS 등과 함께 선정되기도 했다.
한때 자필 메모의 위력을 신봉했던 웰치 회장. 이제는 전자우편을 통해 참모들과 의견을 나누며 인터넷의 선봉에 서 있다. GE를 20년 가까이 경영하면서 지난해에만 6000여개에 달하는 인수합병을 지휘하며 「경영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그의 디지털 경영이 21세기를 맞아 또 어떤 신화를 낳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발명왕 에디슨이 1878년 설립한 에디슨회사로부터 시작한 제너럴일렉트릭(GE)은 그 후 120여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시가총액이 4490억달러(2000년 2월 기준)에 달하는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GE의 주력사업은 가전·항공기엔진·금융·정보서비스·조명·운송사업과 NBC방송 등이며 현재 전세계 100여개국에서 34만명의 직원(미 본사 19만7000명)이 활동하고 있다.
GE가 급변하는 기업환경속에서도 지난 한세기동안 초일류 기업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80년대 초부터 단행한 과감한 구조조정에 있다.
GE는 당시 앞으로 도래할 치열한 경쟁구도를 예상하고 세계시장에서 1·2위 자리를 지키지 못하던 사업부문은 과감히 폐쇄 또는 매각했다. GE는 이 과정에서 100억달러에 달하는 사업부문을 매각했고 190억달러를 상회하는 유망사업부문을 인수했다.
GE는 이러한 구조조정과 함께 워크아웃 운동, 변화가속화 운동(Change Acceleration Process)같은 경영혁신 프로그램을 펼쳐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직원들의 아이디어 개발을 유도하는 등 인력에 대한 개혁도 단행했다.
그 결과 GE는 지난 97년 시가총액 2000억달러를 넘는 세계 최초의 회사가 됐으며 98·99년 연속으로 포천지 선정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회사」에 선정되기도 했다. GE는 98년에 매출 1005억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99년에도 1116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GE는 지난 81년 회장겸 CEO로 부임한 잭 웰치의 지휘 아래 디지털 경영의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 웰치는 세계화(Globalization), 서비스(Service), 6시그마(Six Sigma), 전자상거래(e-Business) 등 4대 주요전략을 내걸고 21세기에도 GE가 최고 기업의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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