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인터넷 주식은 추락한 천사인가

요즈음 인터넷 소매업체의 주식을 보게 되면 제인 폰다가 주연한 「말을 쏜 사람들(They Shoot Horses, Don’t They?)」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마라톤 댄스 경연대회 장면이 절로 떠오른다.

미국의 대공황기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의 경연대회는 어느 커플이 가장 오랫동안 춤을 출 수 있는지를 가리는 시합이다. 이 대회의 주최자들은 참가자들이 더 힘들도록 주기적으로 빠른 음악을 틀어 비실비실한 커플을 탈락시킨다.

이 같은 상황이 지난해 증시의 인터넷붐에 휩쓸려 한껏 떠올랐다가 떨어진 인터넷 세계의 「추락한 천사」와 별로 다른 것 같지 않다.

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미국의 유력 경제 주간지 배런이 최근 조사한 207개 인터넷 업체의 고통률을 보면 단번에 드러난다. 이 고통률이란 남아 있는 자금을 얼마나 빨리 지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의 모든 회사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진단이다. 현재의 지출과 수입을 기준으로 마이포인트(http://www.mypoints.com), dr쿱(http://www.drkoop.com), 마켓와치(http://www.marketwatch.com), CD나우(http://www.cdnow.com) 등과 같이 상위 20위내에 들어 있는 업체들은 앞으로 5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모든 현금이 바닥날 것으로 분석됐다.

주식시장은 이 같은 약점을 놓칠 리 없다. 마치 거대한 백상어처럼 반응하고 있다. 이 고통률 목록에 들어 있는 30개 상위업체의 주가가 올해 평균 8.5% 하락한 반면 주로 개인을 대상으로 사이트를 운영중인 20개 상위업체의 평균 주가 하락률은 무려 38%를 웃돌았다.

그러면 이 같은 상황에서 현명한 투자자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간단히 답하자면 인터넷 소매업체에 초점을 맞춰 대주제도(Short-Sell)를 활용해 보는 것도 괜찮을 성싶다. 대주제도는 주가가 떨어질 것을 전제로 투자자가 주식을 빌린 뒤 즉시 파는 기법으로, 같은 주식을 가격이 떨어진 뒤 되사들여 주식으로 돌려주고 나머지를 차익으로 챙기는 전략이다.

이 같은 대주제도를 활용하려면 타이밍을 맞출 수 있는 능력과 뛰어난 자제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분야의 투자를 생각하고 있거나, 아니면 아직 인터넷 종목을 털어 내지 못한 투자자들은 앞으로 이 「야비한 댄스」가 어떻게 전개될지 조심해야 한다.

이를 이용한 닷컴회사의 이 댄스 경연대회에 대응할 수 있는 주식거래 시나리오는 몇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상황이 좋아진다 하더라도 좋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언젠가는 오르겠지 하는 기대에 가격이 많이 떨어진 인터넷 주식을 갖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보는 편이 현명한 처사다. 오히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이다.

물론 시장의 변덕스러움을 버텨보자는 오기로 고통률을 낮출 수도 있고 그렇게 하려고도 할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수익을 내주기를 바라는 투자자들을 실망시킨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인터넷 주식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령 샌타모니카에 소재한 이토이스사(http://www.etoys.com)의 경우 논란은 있지만 훌륭한 프랜차이즈 중의 하나다. 이 회사는 훌륭한 웹사이트와 높은 서비스 수준, 부인할 수 없는 브랜드 인지도를 갖추고 있다. 게다가 여전히 상당한 액수의 자금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주가가 11달러밖에 안돼 지난해 10월의 최고가인 86달러와 견줘보면 상당히 싸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4·4분기에 76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이토이스사는 시가총액이 아직도 14억달러 이상이다. 마지막으로 이 회사는 기본적으로 계절적인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이토이스의 모든 수치를 주가가 훨씬 낮은 기존 소매업체들과 견주면 불리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은 이토이스사가 다른 회사에 인수되는 것이다. 아마존사가 이미 후보자로 거론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계약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프리미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둘째, 「현명한 돈」을 찾되 이 같은 자금이 갑자기 들어올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의 베리 뉴먼 기술투자 금융부장은 이 같은 「추락한 천사」를 시험해 보는 방법은 주로 전략적 제휴나 현명한 투자자들의 자금을 새로 투입해 이들의 사업모델을 「검증」해 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벤처캐피털이나 인수희망 기업들이 싼 값에 기술을 사들이려고 노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인터넷 소매업체를 덥석 인수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한가지 힌트를 주자면 다수의 인터넷 업체를 소유하고 있는 인터넷캐피털그룹(ICG)사와 같은 회사의 주가가 올 들어 200달러에서 110.12달러로 급락했다는 점이다. 특히 소비자 대상(B2C) 인터넷 업체는 최근 거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이들 기업의 주가는 더욱 떨어질 공산이 크다.

셋째,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인 회사와의 합병을 생각해 보라. 인터넷 분야의 기본적인 취약성을 감안해 볼 때 가장 그럴듯한 각본은 약방, 여행사와 같이 동종의 온라인 업체가 서로 합병해서 시장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는 대형업체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투자은행들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된 B2C 기업들 중 적어도 3분의 1은 이미 합병이나 전략적 제휴를 심각하게 논의중이다. 이 수치만 해도 적게 잡은 수치다. 유능한 전문경영인을 찾기 위해서는 빨리 움직여야 한다.

기존 오프라인 업체들도 인터넷 회사를 싼 값에 인수하려고 기회를 엿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화의 차이도 큰 문제인데다가 기존 기업들은 일부 직원들을 인터넷 분야로 발령내기도 어렵기 때문에 또 다른 가격 하락의 요인이 된다.

넷째,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미국내 다른 지역의 회사들보다 압박감을 더 심하게 느낄 게 확실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도 노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곳의 직장인들은 배를 타고 다른 창업기업으로 전직하기가 훨씬 쉽다. 더구나 주가가 조금 긴 기간, 가령 6개월 정도만 비실거려도 아무 의식 없이 다른 창업기업으로 또 옮겨 탄다. 다른 말로 하면 다원적인 압박감, 즉 적자생존의 논리가 미니애폴리스보다는 이곳 실리콘밸리에서 더 치열하다는 얘기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이 같은 지리적 위치가 닷컴 주가의 운명을 좌우할 것 같다.<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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