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골드뱅크의 경영권 분쟁

골드뱅크가 미국계 펀드회사 릴츠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의 표적이 됐다는 소식이다. 골드뱅크의 지분 19.65%를 소유한 제1주주 릴츠펀드가 최고경영자의 『벤처기업가로서 무능』을 주장하며 경영권의 교체를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현 사장 김진호씨는 이를 모 재벌기업이 개입된 『머니게임』이라며 오는 24일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를 끌어모아 경영권을 사수하겠다고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골드뱅크로 말하면 IMF로 기업들이 극도로 위축돼 있던 시절 『광고를 보면 돈을 준다』라는 기발하고도 참신한 마케팅 전략으로 화제를 모았던 제 1 세대 인터넷벤처기업의 대표주자다. 또한 98년 10월에 등록한 코스닥 시장에서도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이 단기간에 10만원대까지 치솟는 등 업계뿐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기업이다.

창업자이기도 한 김진호씨 역시 30대 초반의 나이에 아이디어 하나로 일확천금을 실현한 벤처기업가의 전형이자 한때는 젊은 예비 창업자들의 우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갖가지 기발한 비즈니스 모델을 앞세운 인터넷 기업들이 잇따라 탄생하고 몇십만원∼몇백만원 하는 주식들이 등장한 것 역시 골드뱅크의 신화가 있고난 후의 일이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배경을 갖고 있는 골드뱅크가 M&A 표적이 됐다는 것은 적어도 릴츠펀드 측의 주장대로라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라이프사이클이 극도로 짧은 인터넷 비즈니스 환경에서 최고경영자의 방만함과 무능은 곧 자살행위와도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는 제 1 주주로서 릴츠펀드 측의 우려와 책임감에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진호씨가 말대로 이번 분쟁에 제일제당이라는 재벌기업이 직간접으로 간여돼 있다는 주장에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릴츠펀드의 아시아담당이사가 이재현 제일제당 회장의 친누나인 이미경씨라는 사실은 여러 가지 추측을 불러올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릴츠펀드가 추진하는 M&A가 합법적이며 시장경제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한 그것이 적대적방식이라고 해서 탓할 바는 아니라고 본다. 마찬가지로 다급하게 경영권 방어에 나선 김진호씨의 저간의 사정에 대해서도 우리는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라고 본다. 그의 경영권 방어 여부 역시 같은 선상의 문제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분쟁이 소문대로 재벌기업의 벤처기업 사냥이라는 차원에서 추진된다면 그것은 분명 문제가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는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 인터넷 벤처기업이 전반적으로 봉착하고 있는 위기의 속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고 경영자로서 김진호씨에 대한 지적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한때 나마 『살아있는 벤처정신』과 같은 화려한 수식어들을 달고 다녔던 유망한 벤처기업가였다. 하지만 골드뱅크의 주가가 치솟으면서 벤처기업과는 무관한 프로농구단을 인수하거나 장부상 수많은 계열사들을 만들어 내 세간의 비난을 받았다.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작금의 경영권 분쟁이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최고경영자의 경영스타일이 계기가 됐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란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벤처기업인들한테는 하나의 교훈이 되지만 반대로 재벌기업의 벤처기업 사냥이 사실이라면 국내 벤처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