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애플리케이션>98회-문제의 재정의⑦

가장 성공적인 기술 소개 프로그램의 일차적 특징은 생소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부에 가져와 잠재력을 발굴하고 알리는 임무를 맡은 기술 지원 그룹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영국 우체국은 기술 담당이사 던컨 하인과 연구 담당이사 앨런 셰퍼드가 이끄는 기술연구 그룹을 상설 운영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에 모범이 될 만한 이러한 지원부서는 상설기구로 운영되는데 새로운 기술과 그것의 의미에 대해 기업의 이해를 촉진시키는 것이 주요 임무다.

우체국 연구그룹은 종교적 열정까지는 아닐지라도 기술채택을 촉진하고 장려하는 데 왕성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즉 앞에서 언급한 연구참관을 주관하는 일 외에도 기술혁신 펀드를 운영하고 일년에 6번의 자체 콘퍼런스를 주최하는 한편-콘퍼런스마다 200명 정도 참석하며 실습용 데모 프로그램도 배포된다-정기적으로 소식지도 발간한다. 미국 우체국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시장에서 밀려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영국 우체국은 잘 정비된 기술 레이더의 힘이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하다.

킬러앱을 구축하는 데는 제휴관계의 형성이 필수적이다. 그 목적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모든 거래를 합작투자처럼 처리하기 위해서다. 제휴는 기업축소의 법칙(Law of Diminishing Firms)이 낳은 또 하나의 자연스런 부산물이다. 기업들은 항상 자신보다 더 싸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시장 파트너를 찾기 때문에 이들 파트너에게 기능을 넘기는 것은 경제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관련 기업이 친숙한 상대-기존 공급업체, 고객, 또는 경쟁업체이거나 규제기관-라고 해도 모든 관계에는 새로운 친교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낯선 상대와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많은 기업들에 이 같은 새로운 제휴관계의 폭과 깊이는 위협이 될 수 있다. 대규모의 통합기업(예를 들어 은행이나 가스, 수도 등 공익사업자)들은 고유정보의 교류가 수반되는 어떠한 관계형성에도 익숙하지 않거나 그것이 아예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의 기업들(예를 들어 내구재 제조업체)에는 오랜 기간 동안 안정세를 누리면서 새로운 시장 참가자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생소한 파트너와 맺는 어떠한 관계에 있어서도 의심하는 일종의 외부인 기피증이 생길 수도 있다.

제휴와 합병이 활발한 산업이나 개별 기업에서조차도 때론 제휴가 결렬돼 해당 기업들이 값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는 곤혹스런 경우가 있다. 1980년대 IBM은 기업을 인수해서 자신의 독선적인 기업문화와 위압적인 관료주의로 상대기업의 기력을 깔아뭉개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최근에 경제신문들은 (그 자체가 두 거대기업의 고통스런 결합인)타임워너나 AT&T, 그리고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프와 같은 오락, 통신, 기술분야 거대기업들의 어지럽게 되풀이되는 이합집산에 관해 대서특필했다.

기술과 관련한 제휴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것이 혁신 포트폴리오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기업이 디지털 전략을 실행하거나, 그것을 개발하기에 앞서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분야다. 제휴관계 형성에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는 기업들도 막상 기술공급 업체와의 제휴에는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맥도널드에 있어서 품질, 일관성, 가치라고 하는 그들의 집념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생산단계의 상위에 위치한 제품원료 공급자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이들 공급자들은 맥도널드의 비즈니스 파트너라 불리지 않고 「맥패밀리」라고 불리고 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나 로터스, AT&T 등 기술 플랫폼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요소를 제공하는 업체들과의 관계는 기껏해야 사무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게 맥도널드 정보 시스템 담당자들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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