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영상콘텐츠산업을 육성하려면

「IMF 사태」 이후 벼랑끝으로 치닫던 영상콘텐츠산업이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음반 등 일부 업종의 경우 아직까지 더딘 모습을 나타내고는 있으나 전반적인 분위기는 IMF를 벗어났다는 느낌이 지배적인 것같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지면 국내 영상콘텐츠산업은 2년간의 「고난의 늪」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도 가능하리란 생각이다.

원소스를 제공하는 영화계가 내수시장을 잘 지켜 주었고 이를 재생산해 산업계에 재원을 조달하는 비디오업계가 「내조」를 잘해 준 덕택이다. 또 게임업계와 애니메이션업계가 합심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등 활력을 불어 넣어준 것도 큰 힘이 됐다. 특히 정부의 변변한 지원조차 받은 적이 없는 애니메이션업계와 게임업계가 벌어들인 외화가 지난해 무려 1억2000만달러에 달한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돌이켜 보면 정말 거센 바람에 부러지지 않고 풀잎처럼 잘도 누웠다 싶다.

어찌 보면 「IMF 사태」는 기업 체질 강화에 큰 도움을 가져다 줬다. 슬림화 바람을 몰고 왔고 아웃소싱이라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정착시켰으며 영상콘텐츠사업이 결코 황금알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또 그같은 산업의 패러다임을 읽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 남을 수 없다는 교훈을 안겨다 준 것도 또 다른 수확이랄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영상콘텐츠업계에 절실히 요망되는 것은 산업 재정비를 위한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수요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이 더 긴요하다는 사실이다. 수요 인프라 구축의 제 1차적인 책임은 산업계의 몫이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을 절대 간과할 수 없다.

지난 88년 정부가 올림픽을 앞두고 컬러TV로 방송하도록 함으로써 국내 전자산업은 새 전기를 맞이했다. 컬러TV의 내수와 수출이 급증했고 VCR의 수요 또한 덩달아 튀어 올랐다. 부품을 조달하는 기업들은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우리나라에 대한 선진국의 컬러TV 및 VCR에 무역분쟁 또한 한순간 사라졌음은 물론이다. 컬러TV산업이 떠받쳐 주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반도체산업이 과연 존재했을까.

최근 중국은 한국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이동전화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잘하면 중국에 4억달러에 가까운 관련 장비수출이 가능할 것이란 얘기가 들려 온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정부가 남북 분단에 따른 통신보안 등을 이유로 휴대전화 서비스와 기술개발을 늦췄다면 아마도 우린 이 기술을 중국과 마찬가지로 외국에서 사다 써야 했을 터이다.

정부의 수요유발을 위한 산업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하겠다. 예컨대 MP3 등과 같은 신규 수요가 예상되는 음반부문에 대한 저작권 정비를 서둘러야 하며 하청 수준에 머물고 있는 애니메이션산업의 고도화를 위해 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TV방영 비율을 대폭 상향 조정해야 한다. 논란을 빚고 있는 영화·비디오에 대한 규제 및 심의를 완화해야 하며 건전한 게임문화 창출을 위해 다양한 게임장 개발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긴요한 것은 불법 저작물에 대한 강력한 정부의 퇴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 불법적으로 제작, 유통된 음반 및 비디오물의 규모는 대략 2000억∼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 불법물을 만드는 업자들이 점차 기업화·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점조직으로 인해 적발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는 정부의 불법물에 대한 퇴치 의지에도 불구, 이들 불법 제작업자를 체형으로 다스리지 않고 있다는 데 기인한다. 한때 불법물의 천국이었던 대만이 선진국형으로 뒤바뀐 데는 무엇보다 불법업자들을 벌금형이 아닌 체형으로 다스렸기 때문이란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IMF란 고난의 늪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영상콘텐츠산업계에는 지금 무엇보다 당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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