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티브 발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신임CEO

MS의 「미래」 윈도2000이 시판 한달여 만에 전세계적으로 100만개가 팔렸다. 안정성 시비, 버그설 등 출시 전부터 유명세에 시달린 윈도2000은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세계 최고의 기업을 이끌고 있는 스티브 발머(43)가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평가다.

지난 1월 빌 게이츠에게서 MS의 경영사령탑을 물려받은 발머는 지장인 게이츠에 비해 용장에 가깝다. MS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지 이제 두달여. 전자신문이 국내 언론사상 처음으로 그와 e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80년 MS에 입사한 벌머는 98년 7월 사장에 오르면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불도저를 연상시키는 그의 공격적 경영에 대해 동료 기업인들은 「패튼 장군(2차 대전 당시 독일의 롬멜 전차군단을 격파한 영국 장군)」이란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그는 세간에 말이 많은 PC의 미래에 대해 확실히 낙관한다고 했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디지털시대. MS가 100년 후에도 건재할 것 같냐는 기자의 「우문」에 그러길 바란다는 「현답」이 돌아왔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늦었지만 CEO 취임을 축하합니다. 윈도2000이 예상 밖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그리고 요즘 유행하고 있는 SW임대사업(ASP)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감사합니다. MS는 윈도2000에 대해 이전 제품과 똑같은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즉 고객을 위해 가장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윈도2000은 디자인 초기부터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들과 긴밀히 협의해서 만든 제품입니다. 그 결과 아주 믿을 만한 제품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MS는 윈도2000을 세계 최고의 운용체계(OS)로 만들기 위해 20억달러를 투입했고 무려 75만명이 베타 테스터로 참가했습니다. 저는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만이 경쟁에서 이기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급하신 ASP사업은 MS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ASP는 우리가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분야입니다. 우리는 ASP를 미래의 핵심사업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우리가 어떤 업체를 파트너로 삼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분야 역시 우리가 고객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우리는 외면당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고객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댜면 ASP 분야 역시 MS에 좋은 시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선분야가 세계 IT시장의 키워드가 되고 있습니다. 스팅거, 윈도CE 등 이와 관련된 MS의 전략이 궁금합니다. 무선시장에서 승자가 되기 위한 비책이라도 있습니까.

▲앞으로 모든 PC와 정보기기들은 무선 모뎀으로 연결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MS는 무선시장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우리가 제공하고 있는 인터넷서비스인 MSN과 핫메일 그리고 사무용 SW제품 오피스 등을 무선시장으로까지 확대할 것입니다. MS는 이 시장에서도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CEO에 취임한 이후 고객의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년 전 MS의 사장직을 맡게 되면서 내가 처음으로 한 일은 100명이 넘는 MS 간부진들과 인터뷰를 가진 일입니다. MS에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 또 보다 나은 MS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등 그들의 생각을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나는 MS의 많은 부분을 바꿨으며 아직도 그 작업은 진행중입니다. MS는 창사 때부터 지금까지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제품 만들기에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우리 자신을 재계발하는 것은 MS가 가진 경쟁력 중 하나며 우리는 이러한 작업을 앞으로도 계속 추진할 것입니다. 의외로 이러한 작업은 간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해 항상 그들의 말에 귀기울이는 것이죠.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것들을 반문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 있는가. 보다 효율적이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는 무엇인가. 기업 밖에서는 어떠한 변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가. 이러한 작업을 수행할 사람은 누구인가.

MS와 나는 결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러한 변화를 잘 수행하는 것이 MS의 성공에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CEO로서의 경영철학은 무엇입니까. 또 한국의 CEO들에게 들려줄 말이 있다면.

▲완벽한 경영철학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한국의 CEO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것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첫째, 좋은 인력을 고용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나는 고객과 기술개발에 열정적인 사람을 좋아합니다. 나는 현재 MS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들로부터 매일 많은 것을 배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열정과 창조적인 제안에 종종 놀라곤 합니다. 나는 모든 기업의 CEO들이 이와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직원들에게 항상 열려있는 태도를 취해 회사가 잘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회사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명확히 인식시켜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더라도 결코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PC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MS는 100년 후에도 건재하겠습니까.

▲물론 MS가 100년 후에도 건재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하지만 100년 후의 MS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합니다. 그 문제에 대해선 앞으로의 5년, 10년 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C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급속히 발전했으며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사회를 혁명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나는 MS가 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PC의 미래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PC가 현 수준보다 더 진화할까라는 물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PC가 다른 정보기기들에 밀려 사라진다는 말에 대해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PC가 계속해서 IT분야의 핵심을 차지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하드웨어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실현시켜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는 그것을 가능케 해주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MS는 바로 이러한 것들의 핵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정리=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스티브 발머는 누구인가>

스티브 발머는 빌 게이츠 회장의 하버드대학 동기이자 오랜 친구로 「소프트웨어업계의 산 증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버드대학 기숙사에서 게이츠와 같이 생활하며 친분을 맺은 그는 게이츠가 1학년 때 학업을 그만둔 것과는 달리 계속 남아 응용수학과 경제학 학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졸업 후 세계적 생활용품업체인 「프럭터 앤드 갬블」에서 일하던 발머는 다시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 진학했으나 80년 게이츠의 간청으로 MS에 입사했다.

MS의 판매 및 지원담당 부사장을 거쳐 96년 9명의 이사회 멤버로 승진한 발머는 98년 무려 8년간 공석이었던 사장에 선임되는 등 고속승진을 거듭했다.

발머가 창업공신이 아니면서도 MS 주식으로 100억달러가 넘는 부를 축적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MS의 안방살림을 도맡아 하면서 게이츠가 대외활동과 새 상품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했기 때문이다. MS의 한 간부는 『빌이 MS를 비즈니스 대상으로 본 반면 스티브는 MS를 가족의 확장으로 본다』며 게이츠와 발머를 비교했다.

발머는 빛나는 일보다는 판매와 지원·마케팅·인력충원 등 「음지」에서 게이츠를 지원하며 일했다. 이것이 바로 명석한 게이츠와 발머가 20년간 발 맞춰온 비밀이라고 주변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스위스 출신 이민자의 2세로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난 그는 현재 미국 10대 갑부 중 한 명이다. 취미는 조깅과 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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