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2000>기자방담

최근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IMF체제 이후 침체의 늪에 빠졌던 공단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나라 전체가 인터넷 및 벤처 열풍에 휩싸이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공단에 대한 관심은 점차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자신문은 새천년 산업적 격변기를 맞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주요 공단의 현주소를 조망하기 위해 최근 「공단 @2000」시리즈를 게재했다. 약 2개월에 걸쳐 국내 주요 공단을 직접 둘러보고 취재한 기자들과 함께 「공단 @2000」 시리즈를 종합 정리해 본다. 편집자

△사회(원철린 부장)=최근 경기가 회복되면서 공단도 점차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공단의 분위기를 전해주시죠.

△김성욱 기자=70∼80년대 수출기지 역할을 했던 구로공단은 최근 봉제·섬유산업 중심에서 전자·정보통신산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고부가 첨단산업의 메카를 지향하고 있는 구로공단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벤처기업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이희영 차장=IMF 당시 가동률이 50%에 머물렀던 반월·시화공단 입주업체의 조업률이 최근 85%를 넘어섰다는 공단 관계자의 말에서 경기가 살아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입주업체들은 생산직 근로자는 물론 고급 연구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습니다.

△이효원 기자=남동공단의 경우에도 공단부지나 공장가격이 IMF 당시보다 2배 가까이 치솟았을 정도입니다.

△신화수 기자=구미공단은 주력 업종인 디스플레이의 수출 및 내수경기가 호조를 보임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IMF 이후 거의 중단하다시피했던 설비 및 인력 투자를 재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회=공장가동률이 크게 높아진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로 생각됩니다. 최근 공단들은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시대적 조류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공단의 노력을 얘기해 주시죠.

△이희영 차장=반월·시화공단의 상당수 업체들은 인터넷 등 정보통신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고 올해 정기주총에서 정관에 사업범위를 추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업체들은 또 대대적인 기업 이미지개선 작업을 추진하기 위해 새로운 CI를 제정하는 등 사명 개명 작업도 추진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 코스닥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의외로 많아 공단도 코스닥 열풍에 휩싸여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김성욱 기자=몇년 전까지만 해도 입주업체의 대다수가 경공업 위주의 일반 제조업체였던 구로공단에는 최근 아파트형 공장과 전자·정보통신 위주의 벤처기업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산업단지공단은 구로공단의 이미지 변신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2006년까지 이 지역을 벤처 및 고도기술, 패션디자인, 지식산업 단지로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구로공단의 변화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신화수 기자=구미지역 사람들은 구미공단을 첨단 디지털산업단지로 꾸미려는 정부의 4단지 조성계획에 부푼 기대를 갖고 있으나 착공이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김인구 기자=광주 하남공단은 다소 침체된 분위를 쇄신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광사업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LG정밀은 LED공장을 신축중이고 중소기업인 세협테크닉스는 광주과학기술원과 손잡고 광분배 제조장비사업에 진출했습니다.

△사회=공단경기가 살아나고는 있으나 최근 벤처 및 인터넷 열풍으로 제조업체 관계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공단 관계자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군요.

△신화수 기자=구미공단에도 한때 주식투자 바람이 불었으나 올들어 다소 주춤한 모습입니다. 일부 회사의 경우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몰래 인터넷으로 주식을 해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이런 직원들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또 제조업종에 있다보니 벤처열풍에 대한 혐오감도 일부 작용하고 있는 듯 싶습니다.

△허의원 기자=공단에 근무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최근에 불고 있는 벤처 및 코스닥 활황에 대해 외형적으로는 「남의 일」이라고 치부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부러움 반, 질시 반의 감정을 갖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공단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제조업을 등한시하는 분위기에 분노감과 서운함을 표출하기도 해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게 했습니다.

△김인구 기자=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벤처열풍이 광주지역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시중 자금이 벤처에만 몰리는 경향이 있어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공단 입주업체들은 은행에서 자금을 융자받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이번에는 주요 공단이 안고 있는 당면과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이희영 차장=인터넷이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으로 정착되고 있으나 정작 시화·반월 공단 지역은 초고속인터넷망(일명 ADSL)이 깔려 있지 않을 뿐더러 기본적인 정보통신 인프라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고 도로·전기 등 산업 인프라도 노후하다는 게 입주업체들의 지적입니다. 공단 입주업체들은 한결같이 전통 제조업을 영위하는 중소업체가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돼야 하며, 특히 떨어질대로 떨어진 중소기업체 사장들의 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황도연 기자=취재중 만났던 한국산업단지공단의 한 관계자는 경인지역 공단들은 중소규모 업체들이 밀집해 있어 환경이 열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3D업종을 피하는 근로자를 탓하기보다는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올 수 있도록 근로환경부터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생각입니다.

△김인구 기자=광주 하남공단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물류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광주공항을 국제공항으로 승격시키거나 광양항을 물류중심 항만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화수 기자=열차에서 만난 금오공대 복학생은 친구들이 IMF때만 어떻게든 취업하려 했는데 이제는 제조업체를 쳐다보지 않는다고 말해 인력 수급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또 올해에는 노사문제가 심상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경기는 점차 회복되고 있으나 임금은 그만큼 오르지 않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오히려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을 위해 인원 정리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근로자도 상대적 박탈감과 어느 정도 올라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맞물려 기대 수준이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김성욱 기자=인터넷 및 전자상거래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제조업이 없는 IT산업은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범국가적 차원에서 제조업의 거점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공단을 발전시키기 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산업전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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