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투데이>하-신 클라이언트 컴퓨터의 소리 없는 혁명

신 클라이언트의 확산은 어떤 점에서는 메인프레임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과 같다. 당시에 근로자들은 처리능력이 없이 단지 키보드와 기업 데이터 센터에서 유선으로 전송된 텍스트와 숫자를 표시하는 녹색 스크린만 있는 「벙어리 단말기(Dumb Terminals)」를 가지고 일을 처리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신 클라이언트는 외형이나 기능면에서 PC를 훨씬 닮았다. 거의 전부가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와 마우스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Word)나 액셀(Excel) 같이 널리 알려진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해 그저 단순하다고만 보기는 힘들다.

웹브라우저와 전자우편 그리고 멀티미디어 구현능력까지 갖추는 예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 컴퓨팅이 수행되는 서버와의 통신이나 스크린에 사용자가 원하는 내용을 시연하는 기능을 가진 자체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해 도저히 「벙어리」 단말기라고 말할 수는 없다.

신 클라이언트 컴퓨터 확산의 최대 수혜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바로 마이크로소프트다. 엘리슨과 맥닐리나 이들 동료들이 처음 NC를 소개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무도 원치 않는 제품이라며 비웃었다. 그러나 게이츠 회장 등 경영진들은 기업들이 신 클라이언트 개념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을 간파하고 재빠르게 이 개념을 수용, 발전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혁신적 소프트웨어 개발기업인 시트릭스(Citrix)의 라이선스 기술을 이용해 신 클라이언트의 표준 윈도 애플리케이션 운용을 지원하는 윈도NT 4.0 서버용 소프트웨어의 특별 버전을 발표했다. 신 클라이언트를 위한 두 가지 운영체계로 원래 핸드헬드용으로 고안된 윈도CE 버전과 임베디드 NT(Embedded NT)도 내놓았다.

그리고 윈도2000의 등장으로 신 클라이언트는 곧바로 표준 서버버전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와 달리 돈버는 방법도 궁리해냈다. 신 클라이언트를 도입한 많은 기업들은 윈도2000 라이선스로 클라이언트 접속비용을 더 내야만 한다.

리노테크놀로지 스티브 카플란 사장은 『윈도2000 출시와 신 클라이언트 지원이 신 클라이언트 컴퓨터의 확산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리노는 한때 직접 PC를 제조 판매했으나 최근 수년동안 신 클라이언트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통합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같은 기술 도전들을 윈도의 틀 속에 흡수시키는 기존 정책을 따르고 있다. 이 정책은 나름대로 효과를 거두고 있다. IDC가 신 컴퓨터 범주에 포함시킨 몇 가지 유형의 클라이언트시스템 중 윈도 CE나 임베디드 NT를 쓴 윈도 기반 단말기가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윈도가 PC 운영체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 90%에 견주면 별 것 아니지만 어쨌든 윈도 기반 단말기 제품의 판매 증가율이 다른 종류의 신 클라이언트를 훨씬 앞서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자바 중심 신 컴퓨터는 처음에 나온 네트워크 컴퓨터인데 이제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 시장조사 회사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판매대수가 지난 97년 14만4433대에서 지난해에는 1만7323대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데이터퀘스트는 올해 판매량이 7683대로 더욱 감소한 뒤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왜 그럴까. 새너제이의 와이즈테크놀로지의 마케팅 담당 제프 맥노트 부사장은 자바 언어와 자바 애플리케이션 운영 소프트웨어의 비효율성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와이즈테크놀로지는 신 클라이언트 판매량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다. 다음으로 IBM이 두번째이고 마운틴뷰의 네트워크 컴퓨팅 디바이시스와 팰러앨토의 맥스스피드 등 규모가 좀 더 작은 기업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맥노트는 와이즈가 자바 지향형 NC를 만들려고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바 애플리케이션들은 CPU와 메모리를 많이 차지해 PC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해석했다. 또 『사람들이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윈도 애플리케이션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꼽았다.

맥노트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신 클라이언트의 새로운 움직임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개방형의 리눅스 OS에 기반을 둔 단말기가 바로 그것이다. 와이즈테크놀로지는 이 단말기를 만들었다가 수요가 한정돼 있어 자사 이름을 내건 마케팅을 포기했다.

그는 리눅스 OS 채택으로 비용을 절감하려 한다면 대부분 환상으로 끝날 것이라 충고했다. 리눅스를 채택할 때 OS 저장을 위한 플래시 램을 비롯해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다. 그는 이 비용과 비교할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부과하는 라이선스 비용을 부담하는 게 더 낫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리눅스를 신 클라이언트 시장에서 무시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수많은 개발자들이 더 간편한 리눅스 버전을 개발중이다. 시트릭스, SCO 등 많은 기업들이 리눅스 지원 클라이언트에서 윈도 기반 서버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는 방법을 이미 제시했다. 오타와의 코렐사는 데스크톱 지향 리눅스 버전에 그 같은 기능을 부가시키는 계획을 지난 1월 발표했다.

앞으로 대체로 리눅스가 증가하고 브라우저 인터페이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늘어나면 기업들이 윈도 애플리케이션과의 호환성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도 짐작할 수 있다.<케이박기자 kay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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