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시작하는 지금 우리나라의 정보통신분야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사람들 중의 하나로 체신부에서 정보통신부로 이어지는 관출신 인사들을 꼽을 수 있다.
주요 통신사업자의 대표는 물론이고 정부 산하단체의 기관장에 이르기까지 관출신 인사는 정부 산하단체와 각 통신사업자에 배치돼 있으며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먼저 정부 산하단체장 중에서는 박성득 한국전산원장, 박영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이 손꼽힌다.
98년 현 정권 출범과 함께 한국전산원장에 둥지를 튼 박성득 씨는 한때 체신부와 한국통신의 거대산맥을 이루었던 체신고 출신으로 입지전적 인물.
체신고 졸업후 성균관대와 한양대 산업대학원에서 통신학을 전공하고 체신부에 들어왔던 박성득 원장은 체신부에서 요직을 거친 후 정보통신부 2대 차관까지 역임하고 98년부터 전산원장을 맡고 있다.
박영일 소프트웨어진흥원장은 서울대 상과를 졸업하고 체신부에서 요직을 거친 후 지난 98년 설립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을 맡아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흥 및 해외진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체신부 또는 정보통신부 출신 인사들은 정부 산하단체 이외에도 국가 기간산업적 역할을 하고 있는 유선계 사업자들의 CEO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통신의 이계철 사장과 하나로통신의 신윤식 사장이 대표적이다.
고려대를 졸업한 한국통신 이계철 사장은 67년 5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곧바로 체신부에서 행정사무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 94년 제1대 정보통신부 차관을 역임하고 96년부터 한국통신의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특히 이계철 사장은 IMF 이전부터 한국통신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그 진가를 발휘했으며 최근에는 「사이버월드 리더」로서의 한국통신 건설을 위한 질적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하나로통신 신윤식 사장은 59년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하고 64년 제1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체신부 사무관을 시작으로 우정국장, 전남체신청장, 기획관리실장 등 요직을 차례로 거쳤으며 88년 12월부터 90년 12월까지 2년간 제20대 차관을 지내는 등 약 26년을 체신부에서만 근무했다.
개각 때마다 정보통신부 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는 신윤식 사장은 사실 차관직에서 물러나 민간에 몸담으면서 전문가로서 더욱 빛이 난 인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91년 3월부터 94년 3월까지 데이콤 제3대 사장을 지내면서 사업준비 불과 8개월만에 국제전화 002를 성공적으로 개통시켜 국제전화 경쟁체제를 확립시켰으며 97년부터는 시내전화사업자로 허가받은 하나로통신 사장으로 옮겨 우리나라의 초고속정보통신시대를 앞당기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일부에서는 이들 관출신 인사에 대해 낙하산 인사라는 평가를 내리기도하나 획일적으로 낙하산 인사라고 말하기는 무리가 있다.
타 부처나 정치계의 낙하산 인사와는 달리 체신부 및 정보통신부 인사들의 정부 산하단체 및 민간기업 진출은 통신이라는 그들의 전문성이 상당 부분 고려됐고 결과적으로도 그 전문성은 충분히 입증됐다.
이같은 정보통신부 관출신 인사들의 전문성은 최근 정보통신부 고위 공무원들의 민간 벤처기업으로의 이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공종렬 국제협력관 및 강문석 지식정보산업과장의 벤처기업행이다.
한국통신을 필두로 한 유선계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인맥은 최근 엄청난 구조조정을 경험하고 있다.
각 기업 내부적으로 커다란 세대교체가 진행중이고 산업전체적으로도 순수 민간기업 출신이 경쟁체제하에서 틈새를 개척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통신의 경우 이같은 경향은 두드러진다.
한국통신은 한때 정보통신부와 마찬가지로 체신고 출신이 휩쓸기도 했으나 현재는 체신부에서 분리되는 과정에서 행정고시 및 기술고시 출신과 공채 출신들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는 중이다.
체신고 출신으로는 서용희 네트워크본부장과 박학송 인력개발실장, 한수도 재무실장, 조완행 강원본부장 등이 남아있으며 체신고 인맥의 대표주자였던 송용팔 전 정보시스템본부장과 유재우 서울본부장 등은 일선에서 물러나 연구개발본부 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시 출신들이 중요 포스트들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위 임원들의 나이도 젊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홍보실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했던 송영한 마케팅본부장으로 한국통신내에서 유일한 행정고시 출신이다.
기술고시 출신은 8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김홍구 경기본부장, 안승춘 정보시스템본부장, 조영주 IMT2000사업단장, 성인수 부산본부장, 박종수 연수원장, 조완행 강원본부장, 김기열 사업지원단장 등이 차세대를 이끌고 있으며 핵심 보직인 2급 국장급에도 기술고시 출신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공채 출신 중에서는 최안용 기획조정실장이 손꼽힌다.
한국통신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IMF 이후 단행됐던 구조조정을 이끌었던 인물들이 중요 직책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쌍용 출신의 성용소 부사장과 경영합리화 추진단장을 맡았던 최안용 기획조정실장, 노사협력팀장을 이끌었던 신중필 홍보실장이 이 범주에 든다.
그러나 한국통신의 고위 임원에서는 아직까지 인터넷시대의 전문 경영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 적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데이콤의 경우 전문 경영인 중심으로 인맥이 포진돼 있으나 LG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정규석 데이콤 사장은 서울대, 버클리대를 졸업하고 루슨트테크놀로지와 SK텔레콤 등을 거친 후 데이콤 중앙연구소장을 역임했던 전문 기술경영인이며 박재천 전무, 박영수 상무 등도 손꼽히는 전문 경영인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최근 남영우 부사장과 김영수 상무가 LG에서 파견된 데서 볼 수 있듯 데이콤은 앞으로 LG관련 인사들이 점차 자리를 잡아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신윤식 사장이 이끌고 있는 하나로통신은 데이콤 출신 인사들이 두드러지게 포진돼 있다.
이같은 흐름은 하나로통신이 데이콤을 모태로 출발했던 데서 연유하는 것으로 한항구 경영지원담당 전무, 이인행 망계획단장, 이종명 연구소장, 김진덕 영업2단장, 임용삼 영업1단장, 김진하 통신망구축실장, 윤경림 사업담당 상무보, 주홍렬 기술기획실장, 권택민 경영기획실장, 손성찬 신기술개발실장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한국전력 출신으로는 남기철 케이블TV통신사업단장이, SK텔레콤 출신으로는 조동성 인터넷사업단장과 이재토 케이블TV통신영업실장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밖에 두루넷과 드림라인 등 순수 민간에서 비롯된 통신사업자군은 각각 삼보컴퓨터와 제일제당 등에서 성공한 전문경영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이들의 움직임은 기존 기간 통신 사업자에서 성공한 경영인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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