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생활화되는 시대가 됐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편하게 인터넷을 사용하게 하자는 것이 바로 클릭TV의 비전입니다. 클릭TV는 한국인 특유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국이 인터넷 대국으로 가는 데 확실한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최근 인터넷TV 사업을 발빠르게 추진, 국내 인터넷TV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클릭TV의 정용빈 사장(50).
벤처세계에서는 이미 100살이 넘는 노령층으로 치부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대기업 임원생활을 과감히 청산하고 벤처세계에 뛰어들어 주변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는 정 사장은 자신이 설립한 클릭TV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170㎝ 키에 약간 벗겨진 이마. 다소 헐렁해 보이는 그는 인터넷과 벤처라는 두 글자와는 완전히 거리가 먼 사람처럼 보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에서 상품전략을 총괄하던 임원으로 잘 나가던 사람이었다. 사실 정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마케팅기획과 상품전략팀장을 역임하면서 수많은 제품을 세계 일류 상품으로 만드는 데 직간접적으로 많은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정 사장은 지천명에 새로운 변화를 꿈꿨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로 했다. 골프를 할 때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결코 돌아가는 법이 없다. 그는 특히 허황된 꿈을 실천하는 미친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도전」을 삶 자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삶의 철학이 안정적인 대기업 직장생활을 걷어치우고 그 나이에 새로운 벤처세계에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 지인들의 평가다.
『인간은 원래 디지털보다는 퍼지나 아날로그와 가까운 존재입니다. 인간에게는 휴식은 물론 잡생각까지도 필요합니다. 인터넷과 디지털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시간소비형 라이프스타일 비중이 훨씬 더 커질 것입니다. 인터넷TV와 같은 인터넷 생활가전제품이 21세기 인터넷 세상의 핵심으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정 사장은 특히 냉장고나 TV 같은 가전제품이 인터넷과 접목됐을 때 21세기 인터넷 세상이 비로소 활짝 열리게 된다고 믿고 있다.
그가 『새시대를 풍미할 것으로 기대되는 디지털과 인터넷도 결국은 「생활가전」이라는 실체를 통해서만 가시화될 수 있다』고 늘상 강조해온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소프트웨어나 인터넷이 중요하기는 하나 이는 마치 사람의 영혼과도 같은 것이어서 육체라는 실체가 없으면 인간생활에 머무를 수 없으므로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세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인터넷을 어떻게 생활속으로 끌어들이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한국인은 뭐든 「대충대충」 「빨리빨리」 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다는 핀잔을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유연성이 있고 스피드도 빠르다는 얘기입니다.』
정 사장은 또 인간생활에 적합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데는 한국인을 당해낼 민족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바로 이같은 한국인의 특성을 살린 제품을 만들어 세계 1위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 바로 정 사장이 클릭TV를 설립한 배경이기도 하다.
클릭TV는 이같은 정 사장의 독특한 캐릭터만큼이나 기존 인터넷 벤처기업과는 많은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기존 벤처기업들과 달리 아이디어와 기술력만 가지고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는 「무료」, 사업자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동시에 부여하는 21세기 윈윈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그것이다.
또 매출원년부터 해외에 내다파는 것이 80%를 넘을 정도로 처음부터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고 있으며 30대 중반에서 40대의 검증된 인력이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다르다. 디지털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젊은층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아날로그적 사고를 하는 중년층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클릭TV는 사업 첫해인 올해 국내 시장에 50만대의 인터넷TV용 세트톱박스를 판매하고 해외시장에도 100만대를 수출, 총 150만대를 판매할 생각이다. 하지만 정 사장은 내심 350만대의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전세계적인 인터넷 열풍에 따라 해외시장이 급속도로 달아오르면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이는 1조원이 넘는 금액으로 이같은 내부적인 목표를 달성할 경우 사업개시 1년 만에 국내 100대 기업안에 들게 되는 것이다. 클릭TV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꿈과도 같은 이런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사람이 쓰는 제품이라면 인간의 눈과 귀나 입과 손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입버릇처럼 강조한다.
TV나 모니터가 대형화되는 것과는 달리 오디오는 소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인간의 눈은 가까운 것보다는 멀리서 보는 것을 원하는 반면 귀는 가까이서 듣기를 원하기 때문이며 또 손은 언제나 간편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조작이 간편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클릭TV의 제품에는 이같은 사상이 철저히 배어 있다. 대형 TV로 인터넷을 보고 웹사이트 주소를 일일이 입력하지 않고도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인터넷에 간단하게 접속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는 앞으로 인터넷TV에 담겨있는 사이트의 모든 채널을 음성으로 클릭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것이 바로 그가 생각하는 클릭TV가 지향하는 21세기 인터넷 어플라이언스 세상이다.
<클릭TV 정용빈 사장 약력>
△51년 4월 서울 출생 △건국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 △77년∼78년 3월 종근당 △78년 4월 삼성전자 입사 △국내영업 마케팅기획, 국내 영업본부 영남지사장, 가전 상품기획팀장, 전자 상품기획센터장, 전사 글로벌 마케팅실 상품전략팀장, 퍼스널멀티미디어사업팀장 등 역임 △99년 7월 삼성전자 퇴사 △99년 11월 클릭TV 설립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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