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경영자에 듣는다>정용환 인텔코리아 사장

인텔코리아에는 사장실이 없다. 회의실을 빼고는 별도의 방이 없으며 똑같은 크기의 칸막이 책상들만 빼곡히 들어차 있다. 사장의 자리임을 일러주는 명패도 비서도 없다.

정용환 사장(47)이 인텔코리아를 맡은 4년 전 CPU는 486. CPU의 성능은 펜티엄Ⅰ·Ⅱ·Ⅲ로 업그레이드 됐지만 그가 일하는 공간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정 사장은 『앤디 그로브 회장의 자리도 마찬가지』라며 웃는다. 말단직원이나 사장 모두 똑같은 크기의 사무공간을 갖도록 한 것은 평등과 업무표준을 중시하는 인텔의 기업문화의 산물. 이는 인텔이 세계 반도체시장 1위를 고수하는 밑거름이 됐다.

인텔은 최근 변신을 꾀한다. CPU 일변도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인터넷기업으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요즘 인텔의 변화를 실감할 것 같다.

▲내가 왔을 때만 해도 서버시장에는 명함도 못내밀었다. 이제는 서버는 물론 네트워크사업과 웹호스팅서비스 등으로 영역이 넓어졌다. 인터넷 관련 모든 사업을 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본사에서 다른 기업의 인수가 활발한 것도 사업다각화의 일환인가.

▲굵직굵직한 것만 해도 지난해에 9개사를 인수했다. 라우터, 허브, 가상사설망 솔루션 등 네트워킹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주로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인터넷업체들이다. 사업다각화라고 하지만 인터넷에 초점을 맞춘 사업집중에 가깝다. 3년안에 신규사업의 매출이 CPU 매출을 앞지를 것이다.

-CPU 얘기로 돌아가보자. 경쟁사인 AMD의 공세가 활발하던데 어떻게 보나.

▲AMD가 급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예전에는 2∼3년 정도 기술격차가 있었는데 AMD의 제품력도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우호적인 업체가 적기 때문에 우리 회사를 위협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경쟁은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품귀난을 겪고 있는 CPU의 수급상황은 개선됐는가.

▲한숨을 돌릴 정도는 됐다. 다음달 중순께면 완전히 해소될 것이다. 다만 가수요가 생겨 수급난이 조금 더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시장전망은.

▲PC시장은 96년 이후 성장률이 둔화됐다가 지난해에 다시 상승했다. 올해 CPU시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트북컴퓨터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다. 아무래도 이쪽에 대한 영업을 강화해야겠다.

-차세대 CPU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우리는 64비트 차세대 CPU인 아이테니엄을 올해 출시한다. 서버시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그동안 접근할 수 없었던 백오피스 분야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인텔에서 추진하는 온라인서비스란 무엇인가.

▲고객들이 별도의 하드웨어 투자 없이 인터넷관련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미국과 유럽에 3개의 센터를 뒀으며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 한국에서 센터를 연다. 이르면 다음달께 시험서비스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 대한 투자계획은.

▲본사에서도 한국에 대한 투자에 관심이 높다. 그렇지만 관련법규나 투자여건이 맞지 않아 서두르지 않고 있다. 돈놀이만 생각했다면 투자가 있었을 것이다. 인텔은 투기성의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래도 한국시장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데 투자가 적다는 비판이 있다.

▲실제로 인텔은 한국 반도체업체에 보이지 않는 이득을 안겨주고 있다. 새로운 CPU가 나올 때 메모리시장은 급성장하고 한국은 최대 수혜국이다. 98년 한국에서 구매한 물량은 10억달러였고 지난해에는 더욱 늘어난 것으로 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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