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스틴공장에서 열린 삼성전자 사장단의 디지털전략회의는 삼성전자가 다가오는 디지털시대를 주도적으로 이끌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천명하는 자리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회의를 주재한 이건희 회장은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디지털시대에서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차질 정도가 아니라 망할 수도 있다』면서 『세계 1등을 할 수 없으면 문을 닫는다는 각오로 디지털·정보통신 제품,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반도체와 같은 핵심부품에서 세계 1등 제품을 늘려 디지털산업을 주도하자』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해외에서 사장단 회의를 열어 새로운 개념의 경영철학을 내비쳤으며 이번에는 디지털 경영을 새로운 화두로 들고 나왔다. 그는 지난 93년 프랑크푸르트 회의에서는 「질 위주의 신경영」을 선언했고 지난 96년 샌디에이고 회의에서는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타파」를 선언했었다.
전략회의를 모토로라·AMD 등 반도체 회사와 델·IBM 등이 몰려 있는 오스틴에서 가진 것도 『삼성전자를 이들과 같은 초일류 디지털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사장단은 세계 1위인 반도체와 TFT LCD 사업처럼 이동전화, 디지털TV, IMT2000과 같은 사업도 기술개발을 강화하고 차별화한 경쟁 우위 요소를 확보함으로써 세계시장의 리더십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번 전략회의는 또 개인적으로 이건희 회장의 건재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삼성의 모 관계자는 『이 회장의 건강문제로 자칫 침체될지 모르는 그룹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이번 회의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그룹의 실세 사장들을 한자리에 모아 밀레니엄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건재를 대내외에 확인시키려는 것이 이번 오스틴 회의의 「눈에 보이지 않는」 목적인 셈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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