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 원판업체들이 페놀계 원판 공급가를 인상하거나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자 PCB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국내 최대 원판업체인 (주)두산은 이달 20일부터 가전용 PCB의 핵심소재인 페놀계 원판의 공급가를 15% 올리겠다는 내용을 주요 PCB업체에 통보했다. 또 신성기업도 페놀계 원판의 가격을 조만간 인상한다는 계획아래 인상폭과 인상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페놀계 원판 공급가 인상과 관련, (주)두산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만지진 여파로 페놀계 원판의 핵심소재인 동박(ACF) 수급이 원활치 못하게 된 데다 주요 동박업체들이 ACF의 공급량을 줄이는 바람에 국제 ACF 가격이 지난해보다 15% 정도 인상됐으며 국제 종이 가격마저 지난해보다 15% 올라 페놀계 원판 공급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원판업체들이 폐놀계 원판의 공급가를 인상하려들자 주요 가전용 PCB업체들은 채산성 악화를 우려, 강력히 반발하면서 한편으로는 대응책 마련에도 적극 나섰다.
가전용 PCB업체의 한 관계자는 『가전용 PCB는 이제 거의 이윤이 나지 않을 정도로 채산성이 악화됐는데 핵심소재인 원판의 가격마저 인상된다면 중소규모의 가전용 PCB업체들은 적자를 면하지 못할 정도로 경영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국제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들어 원판의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주)두산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인상폭이 지니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PCB업체 사장은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을 위협, PCB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주요 세트업체들은 올들어 PCB 납품가를 10% 정도 인하한다는 방침을 굳히고 있어 원판가격 인상은 PCB업체들에 이중의 고통으로 다가온다』면서 (주)두산의 가격인상은 자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들어서 공급물량도 원활하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라면서 『(주)두산은 국내 폐놀계 원판시장에서 거의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원판가격을 올리더라도 중소 PCB업체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한 중소 PCB업체 사장은 지적하고 있다.
대기업 PCB업체의 한 관계자도 『(주)두산의 일방적인 가격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주)두산이 원판가격 인상을 강행한다면 해외에서 원판을 수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했다.
『원판가격 인상을 놓고 벌어지는 (주)두산과 PCB업체 사이의 갈등은 매년 이맘때쯤 재현되는 연례적 행사』라고 한 PCB업체 사장은 설명하면서 다만 올해의 경우 원·달러 환율인하 등 여러가지 악재까지 겹쳐 원판가격 인상에 대한 PCB업체의 반발이 예년보다 거세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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