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삼성전자(대표 윤종용 http://www.sec.co.kr)가 디지털 기업 비전을 선포할 때만 해도 사람들은 「삼성전자가 2000년대 디지털 비전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가졌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비전을 선언하기 전에도 이미 반도체와 이동통신단말기, 컴퓨터, 정보가전 등 수많은 디지털 제품을 확보하고 있었고 디지털 혁명을 주도해 온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윤종용 부회장은 지난해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 혁명을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뉴밀레니엄 비전을 선포하고 『21세기는 사업별로 상위 몇 개 업체만 살아남는 무한경쟁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며 『브랜드력, 물류, 지적재산권과 같은 차별화되는 핵심역량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에 이 같은 혁명적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디지털 비전을 제시하게 됐다』고 비전 설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 3개월 후인 지난달 29일 디지털미디어 총괄을 신설한 삼성전자는 수원 사업장에 임직원 1000여명을 모아 놓고 대대적인 출범식을 가졌다. 삼성전자가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출범식까지 갖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는 삼성이 디지털미디어 총괄 신설을 계기로 본격적인 디지털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려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디지털미디어 총괄은 그동안 정보가전 총괄과 미디어서비스 사업팀 등에 산재해 있던 디지털관련 사업을 하나로 뭉쳐 집중 육성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정보가전 총괄에 속해 있던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백색가전이 생활가전 총괄로 독립하면서 부회장의 직속 조직으로 떨어져 나갔고 영상과 비디오, 캠코더 등은 디지털미디어 총괄 밑에 남았다.
디지털미디어 총괄 산하 6개 사업부는 디지털영상·디지털비디오·디지털프린팅·디지털컴퓨터·디지털디스플레이·광자기디스크(ODD) 사업부 등으로 이름 그대로 디지털미디어 부문을 모두 망라하고 있다. 삼성은 이들 6개 사업부를 다시 엔터테인먼트, 컴퓨팅, 네트워킹 등 3대 주력 사업군으로 밸류체인(Value Chain)화해 사업역량을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6개 사업부 가운데 정보가전에 해당되는 사업부는 디지털영상과 디지털비디오, 디지털디스플레이 등으로 엔터테인먼트라는 밸류체인으로 엮어져 나갈 전망이다.
디지털미디어 총괄의 신설로 조직을 정비한 삼성은 향후 주력할 핵심 디지털 제품으로 모니터, TV, DVDP, 캠코더 등을 선정하고 이들 사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모니터를 제외하면 모두 정보가전에 해당되는 제품들로 삼성이 정보가전에 얼마나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 삼성은 향후 영상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TV를 세계 1등 품목으로 키워나가기 위해 제품 개발과 마케팅 등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
삼성은 정보가전을 중심으로 한 홈 멀티미디어, 이동통신단말기를 중심으로 한 모빌 멀티미디어, PC를 중심으로 한 퍼스널 멀티미디어 등 3대 플랫폼을 구성해 각 분야별로 제품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최근 삼성이 개발한 홈 네트워크 기술이 미국의 업계 표준규격으로 선정됨으로써 삼성의 홈 멀티미디어 사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까지 마련했다. 전미가전협회(CEA) 디지털 홈 네트워크 기술 표준 선정회의에서 표준으로 선정된 삼성전자의 「홈 와이드 웹(HWW)」 기술은 리모컨을 이용해 디지털TV 화면의 아이콘을 클릭함으로써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전자제품을 디지털TV상에서 조종할 수 있게 한 첨단기술이다.
삼성이 새로 만든 디지털미디어 총괄이라는 새로운 조직체제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동안 해 왔던 디지털 사업과 앞으로 전개해 나갈 디지털 사업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도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될 것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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