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에 듣는다>2회-구승평 LG전자 디스플레이 사업본부 사장

구승평 LG전자 디스플레이 사업본부 사장

 그는 해박하다. 마치 지금도 엔지니어인 것처럼 최신기술에 대해 물어도 척척 대답한다. 은근히 노하우를 자랑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엔지니어다.

 그도 그럴 것이 구승평 사장(58)은 10년 넘게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만 지내왔다. TV공장장을 맡았던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20년 가까운 세월이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구 사장에게 2000년은 어떤 의미일까.

 『65억달러의 매출 달성으로 세계 디스플레이산업 선도업체의 자리를 굳히고 디지털시대를 선도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구 사장은 지난해 LG전자 생활 30년을 지내고 맞는 첫해라서인지 더욱 의욕에 넘쳐 있다.

 -올해 브라운관시장을 어떻게 보는가.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일 것이다. 특히 평면 컬러TV용 브라운관(CPT)의 공급이 크게 부족할 것 같다. 중국공장에 평면 CPT 생산라인을 신설, 8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중국에 평면 CPT 생산라인을 세우는 것은 처음이다. 2년 전에 하려고 했는데 IMF 때문에 못했다. 아울러 구미공장 라인도 대폭 보완할 계획이다.

 -소니 등 경쟁사들도 평면 브라운관으로 전환하고 있다.

 ▲경쟁사의 움직임에 대응, 우리도 생산라인을 100% 평면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CPT는 17인치부터 모두 다 평면으로 바꾼다. 다만 꼭 필요한 물량에 한해 기존 CPT도 생산할 방침이다. 컬러모니터용 브라운관(CDT)도 평면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올해안으로 15인치부터 21인치까지 모두 평면으로 교체하겠다.

 -LG전자의 평면기술은 어느 정도에 도달했나.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지금은 수율 95%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만큼 수율을 내는 경쟁사는 거의 없다. 평면기술의 핵심은 두꺼운 가장자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열처리를 제대로 못하면 깨지기 쉽다. 우리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그동안 유리가 뒷받침되지 않아 못했는데 이제 해결했다.

 -브라운관기술을 달라고 하는 기업도 있는가.

 ▲그렇지 않아도 중국의 모 브라운관업체가 기술을 달라고 요청해와 고민중이다. 가격만 맞으면 줄 생각이나 「부메랑 효과」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예상외로 첨단기술의 습득이 빠른 편이다.

 -아사히글라스가 한국전기초자를 인수했다. 지분 참여할 생각은 없나.

 ▲관심은 있다. 아사히글라스와는 동남아시장에서 같이 협력해왔다. 유리기판 부족이 앞으로 심화될 것이다. 우리로서는 안정적으로 유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아사히측에서도 LG측과 협력하는 방안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현재 삼성SDI는 삼성코닝이 있지 않은가. 우리는 없고….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말아 달라. 삼성코닝도 우리에게 잘 해주고 있어 필요한 유리 확보에는 당장 문제가 없다.

 -해외공장을 상장할 계획을 추진중인 것으로 안다.

 ▲중국공장과 인도네시아 공장도 상장요건을 갖췄다. 중국 장사공장은 가동 첫해부터 이익을 냈다. 흔하지 않은 일이다. 올해 상장하고 싶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현지 자본시장이 성숙하지 않아 고민중이다. 인도네시아공장의 상장은 정정 불안이 해소되면 곧바로 추진하겠다.

 -해외 투자 계획은.

 ▲이미 투자할 만큼 했다. 이제는 직접투자보다는 현지 생산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중국공장의 생산라인 증설에 투자할 계획이다.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PDP는 브라운관과 비슷하다. 경쟁력 있는 공정기술의 확보가 관건이다. 원가절감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후지쯔·히타치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한다고 한다. 뒤지지 않게 하겠다.

 -디지털TV시장을 기대할 만한가.

 ▲올해 말 시드니 올림픽을 계기로 수요가 본격화할 것이다. 우리 회사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의 과제는 제니스의 재건과 멕시코공장의 활성화다. 제니스가 미국 디지털TV방송 전송규격(VSB) 특허를 갖고 있어 시장만 활성화하면 매출이 크게 늘어난다.

 제니스의 지명도를 고려해 브랜드를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매출 목표는.

 ▲지난해 국내외 매출이 51억달러에 이른다. 올해에는 65억달러 이상을 자신한다. 해외사업이 활발할 것이다.

 -LG전자는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분야에서 필립스와 제휴했다. 다른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제휴할 가능성은.

 ▲예전에는 우리가 제휴를 바라는 입장이었는데 이제 거꾸로 됐다. 우리에게 제휴 요청이 많아졌다. 필립스만 해도 일본업체와 잘 해왔는데 한국업체의 기술력이 높아지자 우리와 손잡지 않았는가. 외국업체들의 제의 요청에 대해서는 항상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유망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들에 투자할 생각은 없는가.

 ▲차세대 디스플레이기술의 확보 차원에서 해외지사 등을 통해 기술이나 유망한 기업정보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 기초기술부터 응용기술까지 다양한 기술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이어 구 사장은 『디스플레이산업이 통신과 함께 반도체산업을 이을 유망산업이며 우리 나라가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모습을 지켜볼 것』을 주문했다.

신화수기자 hsshin @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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