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킬러 애플리케이션과 그렇지 못한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역사적으로 성공이라는 평가의 문턱에서 좌절한 제품과 기술은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하지 못해 시장을 지배하는 데 실패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네트워크컴퓨터(NC), PS/2컴퓨터, 푸시(Push)기술, 매킨토시 컴퓨터 등을 들 수 있다.
지난 96년부터 오라클·선·IBM 등 일부 컴퓨터업체들이 주창하기 시작한 NC는 일반 PC의 기능과 사양을 대폭 축소시킨 것으로 당시로는 새로운 개념의 하드웨어였다. PC가격이 1000달러를 호가하던 시절, 500달러 내외의 NC는 복잡한 사양과 고가의 PC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첫번째 킬러앱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NC는 현재 표준부재로 업체간 제품호환이 안되는 문제점과 함께 주변기기 확장성 부족으로 업계와 컴퓨터 사용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NC로 PC를 잡겠다던 일부 업체들의 장담과 달리 NC는 2000년에 다가서기 힘든 실패한 킬러앱으로 손꼽히고 있다.
애플이 84년에 발표한 매킨토시도 실패한 킬러앱의 대표적인 예.
PC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던 80년대 등장한 매킨토시는 시장을 지배할 만한 확고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다. 명령어를 키보드로 입력했던 당시 매킨토시는 이미 아이콘과 마우스에 기반한 인터페이스를 갖춰 초보자도 손쉽게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를 두고 『지구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우주를 조금은 뒤흔들어 놓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감을 나타내 보였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그 원인은 윈텔진영이나 IBM을 비롯한 경쟁업체들의 개방정책과는 대조적으로 기술우위를 지나치게 강조해 시장지배력을 살리지 못한 데서 찾을 수 있다.
비슷한 예로는 88년 IBM이 스스로 IBM PC 규격을 거부하고 발표한 마이크로채널기술(MCA) 기반의 PS/2컴퓨터와 이의 운용체계 OS/2가 있다. PS/2와 OS/2 역시 기존 IBM PC와 윈도 등을 밀어붙인 윈텔의 전략에 참패를 당했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참패후 IBM이 PC와 윈도로 돌아갔다는 사실이다.
월드와이드웹(WWW)이 인터넷의 표준으로 정착된 이후 소개된 푸시(Push)는 인터넷에서 각종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기술. 주문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때 강력한 킬러앱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푸시기술은 한정된 네트워크 환경에서 많은 대역폭을 차지해 인터넷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전송속도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결국 초고속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등장한 푸시기술은 업계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상태.
이밖에도 현재의 비디오표준인 JVC의 VHS방식에 밀려난 소니의 베타맥스 기술, 스티브 잡스가 재기를 위해 만든 야심작 넥스트컴퓨터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PCS와 같은 이동전화에 밀려난 CT2방식의 전화 시티폰 사례 등이 있다.
한편 킬러앱 문턱에서 좌절한 제품과 기술들은 무엇보다 시장의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점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실패한 킬러앱이 관련분야나 산업발전에 큰 공헌을 한 사례도 적지 않다. 예컨대 정보기술분야에서 NC는 500달러 이하의 저가PC를 급속히 확산시키는 계기를 마련했고, 매킨토시는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사용자 환경으로 인터페이스를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매킨토시는 또한 거의 사장될 뻔 했던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에 빛을 보게 해준 주역이기도 하다.
정혁준기자 ju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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