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대형 컴퓨터에 들어가는 차세대 마이크로프로세서(CPU) 시장 선점을 위해 잰 걸음을 디뎠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반도체 학술회의에 참가해 IBM과 공동으로 1㎓이상의 CPU 생산에 필요한 공정기술(SOI)을 발표했다. 뒤이어 이 회사는 역점을 두고 있는 알파칩사업과 관련, 미국 컴팩과 마케팅공조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주고 받았다. 삼성전자가 컴팩, IBM과의 협력을 통해 무주공산인 64비트 이상의 하이엔드 CPU시장 선점을 선언하고 나선 것.
삼성전자와 IBM 공정기술 공동 발표는 단순한 기술 발표의 의미를 넘는다. 삼성전자는 CPU시장에 뒤늦게 뛰어드는 바람에 지난 4∼5년 동안 쌓은 기술력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으며 지명도도 인텔 등 경쟁사에 한참 뒤진다. 그런데 이번에 IBM이라는 확실한 「거물」과 함께 공정기술을 발표함으로써 삼성전자는 지명도를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또한 컴팩과의 제휴 강화는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알파칩에서 본격적인 세몰이를 시작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삼성전자는 이번 협약으로 컴팩으로부터 3억달러 상당의 공급물량을 확보했다. 삼성전자의 미국내 판매법인인 API를 통해서다. 아직 시장조차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삼성전자는 막대한 공급 물량을 확보해 경쟁사보다 안심하고 기술 개발에 전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경쟁사에 앞서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자신감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최소한 몇개월 앞선 내년 하반기중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인텔은 내년 하반기중 하이엔드급 CPU인 「이태니엄」을 내놓을 계획이나 상용화에 필요한 공정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사정은 AMD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경쟁사들보다 차세대 CPU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초기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더라도 경쟁사들이 따라오기 전에 위상을 확고하게 다지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행보를 견제하기 위해 인텔 등 경쟁사들이 어떻게 대응할는지 새삼 업계의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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