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LG산전, 광주지하철 통신설비 입찰건 싸고 자존심 싸움

　광주시 지하철 1호선 통신설비 납품입찰건을 놓고 삼성SDS와 LG산전이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다.

　180억원 규모인 이번 입찰건에 대한 수주경쟁이 전개되는 가운데 최근 삼성SDS(대표 김홍기)가 LG산전 대표이사 손기락 사장과 임직원 2명을 영업비밀 침해에 의한 저작권법 위반 및 입찰방해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하면서 수주경쟁의 차원을 넘어서 삼성과 LG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광주시 지하철 1호선 통신설비 납품입찰건에는 당초 삼성SDS와 LG산전·대우통신·성미전자·현대정보기술 등 5개 업체가 참여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말 성미전자와 현대정보기술이 탈락, 나머지 3개 업체가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삼성SDS가 LG산전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그동안 지하철 통신설비 입찰건에서 서울지하철은 대우통신이, 지방지하철은 삼성SDS가 양분해왔다. 이번 광주시 지하철 1호선 통신설비 납품입찰건에서 LG산전이 1차 성능 테스트를 통과, 삼각구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앞으로 지하철 통신설비 수주경쟁 판도가 바뀔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사건이 일어나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측이 먼저 선공을 취하고 나선 것. 삼성SDS는 고소장을 통해 『LG산전이 지난 6월 광주 지하철 1호선 통신설비 납품공사 입찰때 발주처인 광주시 지하철건설본부에 제안한 영상전송부문 설계도면은 삼성SDS의 협력업체인 K사의 것을 도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 SDS의 한 관계자는 『LG산전이 K사에 대해 입찰 수주시 사업 참가를 보장하겠다는 식으로 유혹하고 도면을 입수했다』면서『명백히 K사의 도면이 삼성의 소유물임을 알면서도 이를 자신의 제안서에 편입시키는 부도덕한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산전측은 『통신설비 중 영상전송장비와 AV시스템은 전문업체인 K사가 거의 유일하게 독자 개발해 각 업체들에 공급하는 상황인 만큼 삼성SDS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LG산전의 한 관계자는 『지하철 통신설비시장의 판도변화를 우려해 LG산전에 여러차례 협상을 제의했던 삼성SDS가 협상 제의가 거절되자 고소사건까지 야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이번 입찰건에 대한 참여업체의 응찰가격은 17일 공개돼 낙찰자가 선정될 예정이었으나 삼성SDS가 LG산전을 검찰에 고소하는 돌발변수가 발생함에 따라 최총 낙찰자 선정이 지연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어쨌든 두 회사가 원만한 타협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앞으로 사태 추이에 따라 삼성과 LG 한쪽은 쉽게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