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밀레니엄 CEO (34)

헬세온 설립자 그래픽스 짐 클라크

 짐 클라크는 3000만달러짜리 초호화 요트를 가지고 있다. 배 이름은 히페리온(Hyperion). 그리스신화에서 하늘의 신 우라누스(Uranus)와 대지의 여신 가이아(Gaea)사이에 난 아들이다.

 텍사스 출신의 가난한 소년이었던 클라크는 이제 요트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고 싶었던 가난한 어린 시절의 소원을 얼마든지 이룰 수 있는 갑부가 됐다.

 50년대에 텍사스에서 자란 그는 또래 소년들과 비슷한 꿈을 가졌다. 근사한 차와 분위기 있는 저녁식사, 예쁜 여자친구 따위를 기대했다.

 하지만 언제나 현실은 그 정반대였다. 클라크가 열살때 이혼한 어머니는 재혼에 또 실패했고 혼자서 세 아이를 길러야 했다.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자원입대했다. 세계를 둘러볼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스물다섯이 되자 클라크는 해군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유타대학에 갈 수 있었다.

 그 늦깎이 대학생이 후에 실리콘그래픽스를 설립해 3차원(3D) 비주얼 컴퓨터 시대를 주도했고, 넷스케이프로 월드 와이드 웹이라는 혁명에 연료를 공급하면서 IT업계의 거목이 됐다.

 클라크는 힘겹게 학위를 마친 후 스탠퍼드에서 학문의 길을 걷다가 뒤늦게 IT업계로 진출했다.

 우리와 달리 실리콘밸리에서는 교수 출신의 CEO가 흔하다. 82년 스탠퍼드를 떠날 때 그의 아이디어는 3D 비주얼 컴퓨터였다.

 실리콘그래픽스는 스필버그 영화에 쥐라기 공룡을 등장시키면서 일반인들과도 친숙해졌다. 이 회사의 구내식당에 가보면 컴퓨터와 할리우드를 만나게 한 실리콘그래픽스의 자유롭고 창조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카페테리아의 테이블에는 음식을 기다리며 가지고 놀 수 있는 레고 스타일의 장난감이 비치돼 있다.

 명문대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색색의 유리막대기나 고무공을 만지작거리는 풍경이 낯설지 않은 곳이 실리콘그래픽스다.

 클라크는 94년 다시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해 이 회사를 떠난다. 실리콘그래픽스를 나설 때 그는 이미 네트워크가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백본이 될 것임을 예견했다.

 그리고 마크 앤드리슨이 개발한 웹 브라우저가 야후·모자이크와 함께 월드 와이드 웹 혁명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사실도 의심하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힘겨운 싸움으로 전성시대를 마감했지만 넷스케이프는 웹의 역사를 만든 기업으로 영원히 남게 됐다.

 96년 클라크는 타고난 실험정신을 발휘해 네트워킹 의료 시스템 업체 헬세온(Healtheon)을 설립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최대규모 시장인 의학과 가장 뜨거운 시장인 인터넷을 접목해 디지털의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

 얼마 전 헬세온은 경쟁사를 인수하고 미디어황제 루퍼트 머독의 투자를 유치, 눈길을 끌었다.

 최근 클라크는 인터넷 사진 인화 서비스 회사 셔터플라이.컴(Shutterfly.com)으로 또다른 모험을 시도했다.

 고객들이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온라인으로 전송한 이미지파일을 사진으로 인화해 다시 보내는 사업이다.

 이제 짐 클라크는 시장의 흐름을 읽는 정확한 눈과 IT업계의 거대기업을 경영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로 새로운 벤처기업을 길러내는 실리콘밸리 최고의 천사자본가가 됐다.

이선기기자 sklee @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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