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환율하락…부품업계 "희비"

 일본 엔화가 강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달러대비 원화 환율마저 떨어지면서 국내 전자부품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핵심부품과 장비를 주로 일본에 의존하면서 해외수출 비중마저 높은 일부 전자부품업체들은 엔화 절상으로 생산원가 부담이 높아진데다 달러 약세로 수출채산성마저 나빠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반면 미국 등지에서 생산설비를 도입, 주로 일본에 제품을 수출하는 전자부품업체들은 달러약세와 엔화절상이라는 「쌍끌이 효과」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달러대비 원화가 1130원대로 떨어지면서 전자부품업체들은 수출채산성이 그만큼 악화될 것으로 보고 내년도 수출가 인상을 검토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마련에 나섰다.

 ◇반도체·TFT LCD =국내 반도체와 TFT LCD 업체들은 환율하락으로 당장 수출경쟁력이 낮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경쟁사인 일본업체들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엔고사태에 직면해 있으며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환율이 높은 대만업체들도 세계시장 점유율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달러마저 약세를 보이고 있어 환차손에 따른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출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원화강세는 그만큼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면서 『환율이 1달러당 1100원대까지 떨어질 경우 수출가격의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TFT LCD의 설비투자측면에서 환율하락은 오히려 호재다. 현재 이들 업체는 생산량 확대와 생산구조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어 환율하락만큼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CB =주로 수출에 의존하는 국내 PCB업체들은 달러대비 원화 환율하락으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달러대비 환율이 1100원선으로 떨어질 경우 내년도 수출은 약 30% 정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올 하반기부터 추진해온 생산설비 증설작업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PCB 생산장비는 거의 일본에 의존하는 관계로 엔화절상은 그만큼 투자비 증가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비를 거의 자급하는 대만 PCB업체들이 환율불안을 틈타 우리 업체의 고객을 빼앗아갈 수도 있어 국내 PCB업체의 고민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리튬이온전지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 리튬이온전지시장을 파고들기 위해 힘겨운 경쟁을 벌여온 국내 리튬이온전지업체들은 엔고를 무척 반기고 있다.

 엔화가치가 달러당 100엔대로 접근하자 그동안 일산 리튬이온전지만을 구매해온 세계 유력 이동전화기업체는 물론 전지팩업체들이 최근들어 한국으로 구매선을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

 내년에 엔화환율이 100엔대 밑으로 떨어질 경우 한국산 리튬이온전지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져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지업체의 분석이다. 다만 엔화절상으로 추가 생산설비투자 부담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디스플레이 및 일반부품 =디스플레이 및 일반 부품업체들은 최근의 환율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앞으로의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디스플레이업체를 비롯해 코어·콘덴서·소형모터 등 수출비중이 높은 부품 생산업체들은 올초부터 환율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올해 평균환율을 1100∼1150원 수준으로 맞춰 사업전략을 짠 만큼 현재 수준의 환율로 큰 충격을 받지는 않고 있다.

 다만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수출채산성의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특히 트랜스포머·전원공급장치·RF부품업체 등 로컬 수출의 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경우 세트업체들의 부품가격 인하 요구가 더욱 거세져 적지 않은 애로를 겪을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특히 수출비중이 높은 디스플레이·코어·소형모터업체의 경우에는 정부의 환율방어 의지에도 불구하고 환율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앞으로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 노력을 강화해 수익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 또한 특별한 묘책이 되지 못해 앞으로 수출물량 확대 전략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한 최근들어 원고현상과 함께 엔고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일본이 수출하는 대부분의 부품들이 첨단제품들로 품질과 기술력 등에서 국산제품에 비해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어 엔고가 국내업체들의 수출물량 확대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산업전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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