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전자, 세계 D램시장 점유율 "신경전"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세계 D램시장 점유율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현대전자가 지난 4일 IDC의 시장조사결과를 인용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부터다. 현대전자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전자가 23.5%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해 올해 세계 D램시장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부동의 1위를 의심하지 않았던 삼성전자는 이러한 발표내용에 발끈했다. 서둘러 보도자료를 입수한 삼성전자는 조사내용이 수량 기준임을 확인했다. 삼성전자는 곧바로 『금액 기준으로 현대전자가 절대 1위에 오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반박에 대해 현대전자측은 수량 기준임을 강조한 수정 보도자료를 다시 언론사에 배포했다. 이로써 한바탕 소동은 끝났으나 신경전의 불씨는 남았다. IDC의 발표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시장 점유율 격차가 무려 6.7%포인트인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2%포인트의 차이라면 모를까 7%포인트의 차이는 지나친 것』이라며 조사결과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데이터퀘스트와 달리 IDC는 방문조사보다는 외부자료를 취합해 자료를 작성해 수치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전자는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IDC가 명성에 흠집을 낼 수 있는 결과를 발표했겠느냐』고 되물으며 조사의 신뢰성을 확신했다. 1억900만개 이상의 생산수량도 정확한 수치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다른 차원의 문제를 제기했다. 삼성전자측은 『메모리별로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라서 시장점유율은 금액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정석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우리 회사가 2위인 현대전자보다 10% 포인트 이상 점유율이 앞설 것이다.

 단순히 64메가 D램으로 환산해 조사한 이번 조사내용이 사실이라면 현대전자는 다른 회사보다 값싸게 공급한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결과가 오히려 현대전자에 불리한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전자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대전자측은 『시장의 활성화로 저가공급이 사라지고 있으며 생산 1위를 바탕으로 시장 영향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두 회사가 시장점유율 1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두고 반도체업계는 D램시장에 대한 주도권 다툼으로 풀이하고 있다. 세계 D램시장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고수해온 삼성전자에 LG반도체를 통합해 강력한 힘을 얻은 현대전자가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것이라는 해석이다.

 여기에는 국내 양대 그룹인 삼성과 현대의 자존심 경쟁도 작용하고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들은 『두 회사의 패권 경쟁은 미국·일본업체의 추격을 견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나 두 회사 모두 득이 되지 않는 소모적인 경쟁으로 치달아서는 곤란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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