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데스크 캐롤 바츠
캐롤 바츠(48·Carol Bartz)는 실리콘밸리의 1세대 여성 CEO다.
디지털(DEC)과 3M을 거쳐 83년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마케팅 매니저로 합류한 후 부사장까지 고속승진, 그리고 오토데스크의 CEO로 전격 스카우트되기까지 그는 여성으로서 보기 드문 화려한 이력서를 써왔다.
소프트웨어업계 4위 업체인 오토데스크를 이끄는 일을 바츠는 소프트볼 매니저에 비유한다.
게임에서 승리를 이끌어내려면 오늘 시합에서는 누가 선수로 뛰는지, 상대편의 장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그 팀의 스타 플레이어는 누군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작전 지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츠는 오토데스크의 전략을 짜기 위해 건축가부터 지도 제작자, 비디오 게임 디자이너까지 오토데스크 제품을 쓰는 사람들을 인터뷰한다.
회장실에 앉아 보고서에만 의존하지 않고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CEO는 많지 않을 것이다.
누구와든 대화를 즐기는 소탈한 성격의 바츠는 CEO로서 자신의 장점이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눈』이라고 말한다. 바츠는 어려서부터 도시의 길과 빌딩숲, 자동차를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었고 지금 바로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
올해 바츠는 건축시장을 겨냥, 인터넷 벤처업체 Buzzsaw.com을 출범시켰다. 오토데스크의 기술담당중역(CTO) 출신 칼 바스가 이끄는 이 회사는 인터넷을 통해 디자인 데이터를 공유하고 온라인 미팅을 주선하는 웹기반의 애플리케이션서비스공급업체(ASP).
건축관련 ASP는 올들어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터넷 비즈니스 중 하나로 떠올랐다.
Buzzsaw.com은 건축설계 디자인 소프트웨어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오토데스크의 지원아래 이 황금시장을 놓고 커머스원(Commerce One), 홈 디폿(Home Depot), 비드컴(Bidcom) 등과 경쟁하고 있다.
바츠는 정상에 오른 커리어우먼으로 여성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97년 10월부터 미래의 여성경영인을 키우는 프로그램인 「당신의 미래를 설계하세요(DYF : Design Your Future)」를 운영하고 있다.
수학과 과학에 소질이 있는 여학생들에게 대기업의 인턴직원으로 첨단 산업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나아가 여성경영인으로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DYF 웹사이트는 14∼19세 여학생과 오토데스크의 여성 매니저들이 함께 만들고 있다. 1년에 한차례씩 전국의 수학성적이 뛰어난 여학생들을 초청해 이벤트를 가지고 오토데스크 인턴에게 대학 장학금도 준다.
바츠는 DYF의 행사장에서 컴퓨터 과학박사 출신인 그 자신도 오늘의 자리에 오기까지 남성들의 선입관과 불신의 벽에 부딪힌 경험이 많았다고 후배들에게 말한다.
3Com의 수석 부사장인 남편과의 사이에 딸을 키우고 있는 그는 우리 사회가 여성들에게 전문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여성 CEO도 드물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딸의 세대에 자신을 넘어서는 여성경영인을 많이 배출할 수 있도록 헌신하는 모습이 캐롤 바츠의 가치를 더 빛나게 한다.
이선기기자 sklee @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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