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의 등장으로 기업의 고급인력 채용패턴이 바뀌고 있지만 이 분야가 고유의 업종으로 정착하기에는 아직도 많은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력채용을 원하는 기업들의 의식전환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헤드헌터분야가 자리잡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기업들의 채용문화가 전문성에 기반한 헤드헌터 본연의 역할과 상충되고 있다는 점이다.
헤드헌터들의 역할은 기업이 요구한 대로 전문성 있는 적합한 인재를 찾아주는 것인데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전문성은 뒷전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대다수 기업에서는 고급인력 채용시 인맥·혈연·학연·지연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보기술(IT)분야 전문 헤드헌터인 K씨는 올해 초 한 중견기업 고객으로부터 최고재무담당자(CFO)를 추천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는 10여가지의 전문적인 검증과정을 거쳐 고객이 요구한 가장 적합한 인물을 추천했다.
며칠만에 돌아온 고객의 반응은 노(NO)였다. 이유는 추천된 인물이 술을 못 마시며 출신지역도 회사가 선호하는 지역이 아니라는 점 등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골프를 못 친다는 점이 가장 큰 탈락원인이었다고 한다.
이 같은 사례는 K씨의 경우뿐만이 아니다. 상당수의 헤드헌터들은 국내기업들이 여전히 인재의 전문성을 외면한 채 인맥·혈연 등 기타 사항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최근 인텔·시스코 등 IT분야의 내로라 하는 기업의 임원을 추천해준 적이 있는 김진희 호튼인터내셔널코리아 사장은 『국내기업들은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채용 문화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은 최고경영자 및 임원을 외부에서 영입할 때 가장 먼저 전문성을 따져본다고 한다.
채용기준에서도 전문성에 대한 비중이 가장 크다. 따라서 외국계 기업들은 자사와 동일 업종내에서 인력을 추천해달라는 주문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비해 국내 기업들은 동일 업종에서 인력을 찾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하드웨어업체일 경우 소프트웨어 쪽의 전문가를 주로 탐색하는 식이다.
이는 경쟁업체의 인물을 영입했을 때 회사보안 문제를 우려하는 것과 동종업계의 인물을 빼앗아 갔다는 비난을 두려워하는 일반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 헤드헌팅으로 채용한 전문가라도 필요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다시 경영진을 재교육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헤드헌팅을 하는 이유가 고급인력 채용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인데 이럴 바엔 오히려 그 분야에 밝은 내부 인물을 발탁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 헤드헌팅 산업의 긍정적인 발전을 일궈내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기업들이 전문성을 담보로 인재를 채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기업의 채용관행을 개선하는 데 앞서 고급인력들이 인맥 등 여타의 관여를 배제하고 기업을 경영할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 주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국내 기업들이 경영인 선정과정에서 인맥·혈연·학연·지연 등에 연연하는 이유도 이러한 요인들이 기업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헤드헌터의 대부로 통하는 김국길 KK컨설팅 사장은 『헤드헌팅 산업이 건전한 방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급인력의 전문성과 경영성을 바탕으로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라고 말한다.
정혁준기자 ju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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