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컴 가격파괴 전쟁

 중대형컴퓨터 업계의 가격파괴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고객들에 납품되는 중대형컴퓨터 공급가격은 정상가격(리스트 프라이스)에 비해 평균 60∼70%가 할인된 가격이며 그 규모가 크거나 전략고객인 경우에는 그 할인율이 85%에서 90%에 이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이같은 가격파괴를 국내 중대형컴퓨터 시장을 이끌고 있는 한국IBM, 한국HP,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이른바 3강업체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

 물론 이들의 대폭적인 가격할인전은 고객 입장에서는 싸게 고가의 제품을 설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가격에 대한 불신 등 그 후유증 또한 적지 않다.

원인

 최근 중대형컴퓨터 시장에서 가격파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업계는 우선 IMF 이후 얼어붙은 고객들의 투자의욕을 되살리기 위해 생산업체들이 대대적으로 가격할인을 단행했으나 경기회복 이후에도 환원하지 못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말한다.

 여기에다 우선 수주하고 보자는 식의 경쟁심리가 3사 사이에 첨예하게 작용하면서 말 그대로 이전투구식 출혈경쟁이 더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대형컴퓨터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격파괴는 IMF 이후 가격을 앞세워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국내 중대형컴퓨터 시장에서 우위를 지키면서 나름대로 시장을 넓혀가자 이에 위기감을 느낀 한국HP와 한국IBM이 맞대응 차원의 가격인하를 들고 나오면서 불이 붙었다.

 특히 한국IBM이 최근 S80이라는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유닉스 서버시장에서 가격파괴 경쟁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IBM의 한 관계자는 『S80의 경우 IBM의 기술력을 집중시킴으로써 대형 유닉스 서버 가운데 가운데 가장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가격이 경쟁업체인 썬이나 HP 제품에 비해 40% 정도 저렴하다』고 밝혔다.

 우수한 성능과 가격, 여기에 IBM이라는 브랜드 영향력과 영업력까지 더해 한국IBM의 파괴력은 당분간 중대형컴퓨터 시장의 가격경쟁을 더욱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

현황

 일단 컴퓨터업체들의 가격할인율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이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대형입찰에서 이들 업체의 제안가격을 보면 대충 가격파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최근에 이루어진 모 업체의 CRM솔루션 관련 하드웨어 입찰에서 한 업체는 6억원, 또 다른 한 업체는 4억원, 또 다른 한 업체는 3억4000만원을 제안해 이들 업체 사이의 가격차가 3억원에 달할 정도다.

 또 다른 대형입찰에서는 당사자는 부인하고 있지만 모 업체가 제품을 정상가격에서 85% 할인한 가격으로 납품권을 따냈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업체들의 가격파괴 경쟁이 매우 뜨거운 상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같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현재 중대형컴퓨터 시장에서 각 업체의 평균시스템 가격할인율이 70%를 넘고 있으며 전략사이트인 경우에는 할인율이 90%를 넘는다는 것도 헛소문은 아니다. 제품판매가 아니라 기증과 거의 비슷한 정도다.

문제점

 중대형 컴퓨터의 이같은 가격파괴 경쟁이 과연 고객들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의 여지는 있다.

 대부분 외국현지법인 입장에서는 특정 고객에 제품을 크게 할인해줬다면 다른 고객에게서 이를 보전하지 않으면 안된다.

 실제로 일정 부분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하는 외국인 업체의 속성상 차후에 확실한 수익상의 만회나 복구계획 없이 무한정의 고율 할인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들어 가격파괴로 인한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채널판매 업체들이 일부 부품을 값이 싼 대만제 부품으로 교체하거나 일부 기능을 축소하는 사례가 표면화되기도 했다.

 또 시스템 도입 이후 고가의 시스템 유지보수나 업그레이드 비용을 요구할 것이라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작용들이다.

 중대형컴퓨터 업체들의 가격할인 전쟁이 일부 대형사이트나 전략사이트에서는 눈앞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들 사이트뿐만 아니라 다른 고객들에 그만큼의 부담을 더해줄 것이라는 점에서 이제부터라도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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