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원제는 「관을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뜻의 「Pallbearer」. 「졸업」이라는 국내 제목을 굳이 갖다 붙이지 않더라도 이 영화의 많은 부분이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67년작 「졸업」과 닮아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하기 위한 20대 청년의 성장영화라는 점과 그 사이에 중년여인과 또래의 젊은 여자 사이에서 방황한다는 점 역시 그렇다. 그러나 설정만 비슷할 뿐 이야기가 지닌 방향과 영화에서 느껴지는 매력은 전혀 다르다.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졸업」이 아슬아슬한 20대의 방황과 성장을 완숙한 드라마로 표현해 냈다면 매트 리브스 감독은 30년이 지난 후, 이 삼각구도를 좌충우돌식 로맨틱 코미디로 그려냈다. 영화제작 당시엔 스타의 반열에 끼지 못했지만, 최근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기네스 팰트로와 NBCTV 시트콤 「프렌즈」로 현재는 인기와 부를 함께 거머쥔 데이비드 신머의 캐스팅도 흥미를 끄는 요소다.
등장인물만으로도 영화속엔 매력적인 아이콘이 즐비하고, 간간이 수다스럽고 짓궂었던 학창시절에 대한 회상을 들춰내듯 아련한 낭만을 느끼게 하지만 의외로 로맨틱 코미디에서 기대되는 상큼함이나 가슴 두근거림은 적은 편이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미묘하게 줄다리기하며 아기자기하게 풀어가는 에피소드들은 공감대를 형성하기보다는 지극히 개인적 감상에 머물러 있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톰(데이비드 신머)은 학교를 졸업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백수다. 같이 볼링을 치러 다니는 친구들은 어느새 직장에서 안정적인 위치를 잡아가고 있고 여자친구들과의 결혼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독립하지 못하고 있는 그에겐 꿈만 같은 일이다.
어느날 그에게 두가지 작은 변화가 찾아온다. 친구의 댄스파티에서 고교시절 짝사랑했던 동창생 줄리(기네스 팰트로)를 만나게 된 것과, 루스(바버라 허시)라는 여자로부터 자살한 아들의 관을 들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 것이다. 루스는 자기의 죽은 아들이 톰과 고교 동창이었으며 죽기 전 자동차를 톰에게 남겼다는 얘기를 들려준다.
톰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동창생을 위해 장례식에 참석하고, 이를 계기로 줄리와도 한걸음 다가선 관계를 맺게 된다. 톰은 줄리의 격려에 힘을 얻고 직장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과는 불합격. 더구나 줄리 역시 톰에게 자신의 꿈은 차를 사서 새로운 곳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우울한 기분에 루스의 집을 찾은 톰은 그녀와 함께 잠을 자게 되고, 줄리와의 사랑도 조금씩 진전되면서 갈등에 빠진다.
나약하고 소심한 남자의 사랑이야기가 영화로는 다소 밋밋하고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나름대로 순진했던 사랑의 과거를 슬쩍 들춰보는 기쁨은 있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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