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밀레니엄 CEO (23)

아이디어랩 빌 그로스

　빌 그로스는 「아이디어 팩터리」라는 이름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 그 자신은 스스로를 「버드 맨(Bird man)」 또는 「지적인 벌새(Hummingbird)」라고 부른다. 벌새가 꿀을 찾아 이꽃 저꽃을 날아들듯 틈만 나면 이 아이디어에서 저 아이디어로 자유롭게 옮겨다니기 때문이다.

　그로스는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위치한 아이디어랩의 회장이자 「프리PC 마케팅」 개념을 처음 제안한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프리 PC마케팅이란 컴퓨터 제조업체나 ISP들이 네티즌들에게 공짜로 PC를 나눠주고 그 대신 인터넷광고를 보게 하는 방법. 아무에게나 PC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인구통계적인 분류에 의해 수혜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효과가 높은 타깃 마케팅이 가능하다. 「프리PC넷」이라 불리는 빌 그로스의 프리PC 서비스에는 아마존컴, 반스앤노블, 비욘드컴, 시티뱅크, 휴렛패커드, 메이시스컴 등이 스폰서로 나서 큰 인기를 끌었다.

　남부 캘리포니아 출신인 그로스는 열두 살 때부터 못말리는 사업가 기질을 발휘했다. 수학과 과학을 좋아했던 그는 태양열을 집적하는 포물선 모양의 안테나를 만들었다. 그는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고등학교 때 솔라디바이스사를 설립했고 태양열을 전기와 기계 에너지로 바꾸는 조립식 키트를 만들었다. 솔라디바이스는 「포퓰러 사이언스」에 소개되면서 수천개가 팔려나갔다. 그만하면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유명인사였다.

　캘리포니아기술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던 21세 때는 GNP라는 스테레오 스피커 회사도 차렸는데 이 회사에서 분사한 GNP디벨로프먼트사가 86년 로터스에 인수되면서 그로스는 91년까지 로터스에서 신제품 개발을 맡게 된다.

　아들인 데이비드가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빌은 교육용 소프트웨어로 관심을 돌려 놀리지어드벤처사를 설립한다.

　놀리지어드벤처사를 96년 CUC인터내셔널에 1억달러에 팔고 그로스는 아이디어랩을 출범시킨다. 이번엔 스필버그도 투자를 했다. 아이디어랩은 그의 넘치는 아이디어를 기초로 벤처업체들을 키워내는 인큐베이터다. 그는 아이디어랩이 수많은 신생업체의 가닥들로 이어진 DNA가 되기를 바란다. 슈퍼스타 프로그래머들을 고용해 그의 아이디어를 연구하게 하고 그중에 실현 가능한 것을 골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벤처업체들을 양산해내는 것.

　그동안 아이디어랩이 키워낸 벤처들은 대부분 독창적인 서비스로 나스닥행 티켓을 땄다. 페이마이빌스컴(www.paymybills.com)도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벤처 가운데 하나. 이 회사는 「당신 생활이나 즐기세요. 영수증은 우리가 처리해줄테니(Live life! We’ll pay the bills)」라는 구호를 내걸고 공과금을 대신 내주는 인터넷의 개인심부름센터다.

　그밖에 맛있는 요리법과 음식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쿠킹컴(www.cooking.com), 애완동물 상점 펫마트컴(www.petsmart.com), 미용관련 포털 이브컴(www.eve.com), 결혼식이벤트 전문업체 웨딩채널컴(www.weddingchannel.com), 검색엔진 고투컴(www.goto.com), 장난감가게 이토이스(www.etoys.com), 최초의 무료 인트라넷서비스 인트라넷컴(www.intranets.com) 등이 아이디어랩의 수확물들이다.

　그는 아이디어랩이 성공하는 인터넷 업체의 유전자 코드를 변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인터넷은 신생업체의 창업환경을 바꿔놓았다. 전에는 돈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스피드가 중요하다. 그리고 작고 민첩한(Small and Nimble) 조직이라야 성공할 수 있다. 아이디어랩은 이같은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인큐베이터라고 그로스는 자신한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