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눈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
깊은 겨울밤에 내리는 함박눈 소리는 어떨까.
이런 질문에 「예」라고 대답할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정말로 상상력이 매우 풍부한 로맨티스트임이 분명하다. 한여름 밤 내리는 굵은 소나기 소리를 들은 적은 있어도 눈 오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정말 꿈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꿈같은 일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풀어간다.
놀랍게도 내리는 눈에도 비와는 다른 그나름대로의 리듬과 소리가 있다는 사실을 미국과 영국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영국의 과학잡지인 「네이처」지 최근호에서 기상학자들은 지금까지 만약 눈이 땅에 떨어질 때 자체의 독특한 음향을 가진다면 먼 곳에서 음향센서를 사용해 강설량을 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북태평양의 한가운데처럼 멀고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바다에다 부표를 설치해 떨어지는 눈소리를 탐지, 강설량을 측정하자는 것이다.
눈 내리는 소리를 잡아내기 위해 몇년 동안 연구중인 워싱턴대학의 L 크럼과 동료 연구원들은 비가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처럼 눈이 오는 소리도 들을 수 있으며, 그 리듬은 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난 85년 캐나다 J 스크림거 박사는 비와 우박과 눈으로 발생하는 각각의 수중잡음을 측정함으로써 강우의 종류에 따라 매우 다른 음향 신호를 가지고 있어 수중음향으로 서로 구별할 수 있는 현상을 발견해냈다.
그러나 스크림거 박사가 전체 강설의 소리를 측정한 반면 크럼 등 연구팀은 눈이 물표면에 부딪힐 때 각각의 눈 조각들의 패턴을 듣는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빗방울이 물에 떨어질 때 나타나는 현상을 연구하면서 힌트를 얻었다.
빗방울이 고여 있는 물에 떨어질 때 그 빗방울을 따라 작은 공기 거품(버블)이 이끌려가게 되는데 이 공기거품이 수중에서 팽창하고 수축하면서 음향진동(Acoustic Oscillation) 현상을 일으켜 소리를 내는 원리를 눈 내리는 소리를 찾아내는 데 응용했다.
연구팀은 눈의 음향신호는 빗방울의 거품에 의한 음향진동 신호와 매우 흡사하며 버블이 매우 작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눈이 소나기처럼 물표면에 세게 부딪히지 않는데도 눈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눈이 물 위에 떨어지면 대부분의 눈은 별모양 얼음 결정의 응집구조를 잃어버리고 각각의 결정들 사이에 공기 주머니를 포함하게 되는데 이는 물이 응집구조내로 흡수돼 눈을 녹여버림에 따라 작은 거품으로 발전되기 때문이라는 것.
또 하나는 거품이 얼음 결정 자체의 내부에서 방출될 수도 있으며 특히 눈은 별모양뿐만 아니라 판을 씌운 실린더처럼 보기 드문 모양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눈이 자체의 공명음을 발산해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연구결과로 멀지 않아 「눈 떨어지는 소리」를 열대지방에서도 인터넷으로 생생하게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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