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Y2K 긴급점검 (5.끝)

 새로운 밀레니엄인 2000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인류는 컴퓨터 2000년(Y2K) 문제라는 문명의 부작용 때문에 기대 반, 우려 반 속에서 2000년을 맞게 됐다. Y2K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이후 우리나라는 97년말 IMF의 구제금융 여파 속에서도 정부와 민간이 Y2K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체계적인 해결작업에 나선 결과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정도의 수준에 올랐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Y2K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자신문사는 정보통신진흥협회와 공동으로 지금까지 각계에서 추진해온 Y2K 해결노력과 남은 과제 등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11일 서울 타워호텔에서 좌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각계 대표의 의견을 요약해본다.

<편집자>

 △사회=Y2K가 이슈로 부각되면서 각계의 Y2K 해결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돼왔습니다. 지금까지 거둔 각 분야별 성과에 대해 논의해보겠습니다. 우선 정부측의 활동을 말씀해주십시오.

 △류필계=그동안 Y2K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며 특히 정부의 Y2K 추진체계는 잘 짜여져 있습니다. 대통령도 Y2K문제에 관심을 갖고 진척상황을 지속적으로 보고받고 있으며 각 부처 장관도 매달 개최되는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관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보통신부는 Y2K상황실을 구성해 정부의 Y2K 문제해결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10월말 현재 13대 중점분야 가운데 7대 분야의 문제해결과 점검이 완료됐으며 일부 미진한 분야도 거의 해결완료 단계에 있습니다.

 △박용기=한국통신은 지난 97년 5월부터 Y2K 해결에 나서왔습니다. 지난 7월까지 Y2K 대상인 1만6400여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통신은 178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문제해결 이후에는 내부와 국내외 통신사업자간 모의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지금은 핵심업무에 대한 비상계획과 사후방안을 수립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홍보에도 주력할 계획입니다.

 △황규선=한전정보네트웍은 한국전력의 정보기술(IT) 부문에 대한 Y2K문제를 해결했습니다. 97년부터 연인원 700여명이 동원돼 작업을 벌인 결과 1000만 스텝에 대한 작업을 완료했으며 설비부문에서는 1만7000여 시설 가운데 Y2K에 해당되는 1만2000여 시설을 모두 수정하고 Y2K 해결 자체선언을 한 상태입니다. 현재 한국전력은 비상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모의 테스트를 진행중입니다. 한전정보네트웍 역시 한국전력의 협력업체들에 대한 Y2K해결지원에도 적극 나섰으며 400여 군데의 업체에 컨설팅을 제공했습니다.

 △한병익=LG그룹은 96년부터 Y2K문제에 대응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5월 본격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자체 방법론인 「스마트2000」을 개발해 전 계열사의 Y2K문제를 지난 6월까지 모두 해결했습니다. 이 방법론은 미국정보통신협회(ITAA)에서도 인정받은 솔루션입니다. 현재 LG그룹은 비상대책을 수립하고 정기적으로 모의실험을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모든 연관관계를 검토해 다양한 가능성을 예측, 이에 대한 대처방안까지 수립한 상태입니다.

 △사회=정부에서는 13대 중점 해결분야 가운데 7개 분야를 100% 해결했다고 하는데 일부에서는 이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류필계=정부는 Y2K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실제 현장조사를 꼼꼼히 실시했기 때문에 정부 발표를 신뢰해도 좋다고 장담합니다. 특히 Y2K는 일부 부처에 국한되거나 기술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비상시에 대처하는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황규선=산업자원부의 경우 산하기관에 대한 Y2K문제를 검사할 때 한전정보네트웍의 직원들과 같이 조사했으며 48개 기관을 7차례나 점검했습니다. 감사원에서도 직접 현장에 가서 감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황용승=전경련은 Y2K특위를 만들어 회원사와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회사들은 자체 해결보다 공공부문 해결정도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자체 비상계획 수립시 공공부문의 현황과 연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유관기관이나 업체들끼리 정보교환을 많이 해서 기업 낭비요소를 줄일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성규=민간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공공분야는 한국전력·한국통신 등의 현황입니다. 직접적으로 기업체에 영향을 주는 분야기 때문입니다. 한국Y2K인증센터에서 기업체의 Y2K컨설팅을 하다 보면 한국전력·한국통신의 요금청구시스템, 헬프데스크 등에 대한 대처방안을 궁금해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정인근=우리나라는 IMF 여파로 Y2K해결을 다소 늦게 시작했지만 다른 국가들에 비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사회·정치 등 다른 분야와 달리 민간과 정부의 역할분담, 협조체제도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2000년이 되면 날아다니는 비행기가 떨어진다거나 전력·통신이 두절된다는 식의 과장 보도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이와 함께 Y2K 문제해결을 퍼센티지로 발표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소프트웨어 문제를 100% 해결했다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박용기=100% 해결했다는 것은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했다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수에 대한 해결을 퍼센티지로 환산한 것입니다. 즉, 퍼센티지는 질적인 개념이 아니라 양적인 개념입니다.

 △사회=지금까지 정부와 민간의 Y2K해결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돼왔다고 봅니다. 현재 Y2K 인증현황은 어떻습니까.

 △최성규=한국Y2K인증센터는 지난 1월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205군데 업체에 인증서를 발부했으며 나머지 인증기관을 합치면 305군데가 인증받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러나 인증서 발부 실적보다 국내에 인증센터를 설립함으로써 외화유출을 방지했다는 효과가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미국·독일·한국만이 인증제도를 도입했으며 인증센터 설립으로 국내 업체들이 국제적 협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봅니다.

 △사회=외국에서는 2000년 1월 1일부터 3일까지 전산시스템을 시험 가동하는 등 비상대책과 사후관리 방안 마련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지요.

 △류필계=13대 중점분야는 Y2K문제 점검과 확인 수정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발생에 대비해 핵심시스템에는 기관별 담당자를 지정하는 등 다양한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주요 공기업과 민간업체들의 모임을 주선해 국가 차원의 효율적인 비상대책을 수립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2000년 전환기간에는 종합상황실을 24시간 가동해 비상체제에 돌입할 계획이며 뉴질랜드 등 우리보다 2000년을 먼저 맞는 국가들과 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박용기=한국통신의 비상계획 목표는 사업 연속성 확보입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장애를 복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굳이 Y2K가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상황으로 통신·전력이 두절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통신은 사전·사후로 나누어 비상계획을 수립했지만 사전 관리에 중점을 두고 기업체들이 통신두절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데이터베이스 백업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황규선=한국전력은 산업자원부와 함께 지침을 만들어 공동대처하고 있습니다. 한국전력은 이미 비상계획의 영역, 조치를 정하고 테스트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또 전국 각지에 분포돼 있는 사업장에도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사전·사후 대처에 만반을 기하고 있습니다.

 △한병익=LG그룹도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비상계획을 수립했으며 지금은 2000년 전환기의 활동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LGEDS는 미국 EDS사와 공동으로 「밀레니엄 매니지먼트 센터」를 만들어 전환기에 발생할 문제를 예상하고 대처하기 위해 6차례 모의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최성규=Y2K인증센터는 기업체가 개별적으로 Y2K에 대처하는 것보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민간자원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증센터는 16일부터 2000년 1월 15일까지 자원봉사자 중심의 「Y2K 119」를 가동하고 전국 주요도시에 거점을 마련해 활동할 계획입니다. 또 Y2K와 관련한 법적 분쟁발생에 대비해 별도의 지원반을 구성,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한편 일반 국민들에게 Y2K 대처요령에 대한 홍보책자를 만들어 배포할 계획입니다.

 △정인근=비상대책 수립시 한국전력·한국통신 등과 연계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좋지만 만전을 기한다는 의미에서 독자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 정보시스템의 경우 문제를 해결했다면 연말까지 추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새로운 시스템도입 등을 연기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봅니다.

 △사회=2000년을 얼마 앞두고 Y2K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하거나 낙관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2000년을 맞이하면서 Y2K문제를 대하는 자세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주십시오.

 △류필계=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기업들도 더욱 철저하게 Y2K에 대비했으면 하고, 특히 Y2K를 이용한 악덕상혼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했으면 좋겠습니다.

 △한병익=현재 Y2K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을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지원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또 2000년 전환기를 틈탄 범죄나 사재기 등의 사회혼란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황용승=범국가적인 Y2K 대처로 국가신인도를 유지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봅니다. 또 인증센터 등의 설립으로 국부유출을 방지하고 민간차원의 협력기회를 넓힌 것도 긍정적인 효과라고 봅니다. 나머지 기간 동안 차분히 대처했으면 좋겠습니다.

 △황규선=Y2K에 대한 언론 보도가 과장돼 국민들에게 오히려 혼란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Y2K와 관련한 긍정적 요소를 부각해야 할 사명감이 있다고 봅니다.

 △사회=바쁘신 가운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류필계  <정보통신부 Y2K상황실장>

박용기  <한국통신 Y2K추진본부장>

정인근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최성규  <한국Y2K인증센터 원장>

한병익  

황규선  <한전정보네트웍 상무>

황용승  <전경련 Y2K특위 실무위원장(대한항공 이사)>

※사회 = 금기현

<전자신문 컴퓨터산업부장>

정리=윤휘종기자 hj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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