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산업디자인 진흥대회> "디자인코리아" 깃발 올랐다

 지난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 정부 부처 및 기업체·학계·디자인계 인사가 모여 디자인산업 육성을 위해 디자인산업의 비전과 발전전략을 발표하는 「산업디자인 진흥대회」가 열렸다.

 산업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한 이날 행사는 국내 산업경쟁력 강화와 21세기 대표적인 지식기반산업인 디자인산업 육성을 위해 디자인산업 육성책과 함께 기업들의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범국민적인 디자인 인식 제고를 위해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특히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시상식과 함께 새 천년을 앞두고 유행보다 장기적으로 국제경쟁력을 갖춰 한국을 대표할 만한 제품으로 선정된 「한국 밀레니엄 상품」 35개가 전시돼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처럼 대통령과 정부가 디자인산업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 것은 지식정보시대로 대변되는 21세기가 개개인의 다양성이 강조되고 정보취득 및 소비수준이 고급화되면서 디자인산업이 정보통신과 함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상품성·실용성·상징성과 직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재창조의 작업이다. 이처럼 디자인은 최근 들어 소비자의 요구를 찾아내 좋아하는 상품을 만들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제품 생산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하는 기업경영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어 대통령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사회구조가 고도화하고 세계 각국의 경제발전 속도가 한층 빨라지면서 기술수준이 평준화하고 있는데다 생산비용 절감을 통한 경쟁력 제고도 한계에 도달하면서 디자인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최근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차별화된 디자인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소비형태가 제품의 기능적인 측면보다는 감성적인 측면을 보다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특히 디자인이 제품구매 결정의 50% 이상을 좌우, 품질(22%) 및 가격(14%)을 크게 앞서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더구나 디자인산업은 첨단기술에 비해 투자비가 적게 들면서도 투자회수 기간이 짧아 투자효과가 크다. 기술 개발에는 평균 4억1200만원의 비용과 2∼3년의 시간이 걸리지만 디자인 개발에는 평균 2100만원의 비용과 6∼9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나 똑같은 금액을 투자했을 때 기술 개발은 5배의 투자효과를 내는 반면 디자인 개발은 무려 22배의 투자효과를 올린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다. 또 세계시장에서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일류 브랜드를 형성하는 데도 디자인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디자인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디자인 경쟁력이 아직 열악하기 그지없는 상태라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필립스·IBM·애플·소니 등 선진기업들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디자인을 기업경쟁력의 핵심요소로 인식, 디자인 경영체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디자인에 대한 인식 및 투자 부족으로 세계적인 디자인·브랜드가 거의 없고 세계적인 디자이너도 전무한 실정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디자인 경쟁력을 100으로 보았을 때 선진국은 140정도로 월등히 앞서 있으며 경쟁상대국인 대만이 109, 싱가포르와 홍콩도 102 정도로 우리보다 앞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국내 기업들도 이같은 점을 감안, 디자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는 있으나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국내 제조업체들이 올해 지난해보다 46.1%나 늘어난 총 3조80억원을 디자인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라고는 하나 이는 전체 매출액의 0.34%에 불과해 매출액의 2.6%를 투자하고 있는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턱없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이번 디자인진흥대회를 계기로 디자인시대의 개막을 선언하고 「디자인 코리아」라는 기치아래 디자인 붐을 조성해 나가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향후 5년 이내에 디자인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동시에 독자브랜드 수출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현재 선진국의 70% 수준인 디자인 경쟁력을 OECD 평균 수준인 90% 정도로 끌어올리고 자체 디자인 개발에 의한 고유브랜드 수출비중도 현재 20%에서 60%로 대폭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디자인 교육제도 및 산업디자인 진흥법을 개정하고 디자인 기반조성을 위해 향후 5년간 총 8000억원의 정부예산을 투입하며 기업의 디자인 개발 투자확대를 유도키로 했다. 이를 통해 △국제적인 디자인 전문인력 양성 △디자인 벤처기업 육성 △디자인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디자인을 통한 고유브랜드 육성 △기업의 디자인경영체제 확립 등의 디자인산업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내년에 제도정비 및 세계그래픽디자인총회(ICOGRADA)를 개최하고 2001년을 「디자인의 해」로 선포하는 동시에 세계산업디자인총회(ICSID)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전후해 한국 고유브랜드 상품을 집중 홍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번에 「대한민국디자인대상」제도를 신설, 디자인 경영 우수기업과 디자이너를 포상한 것은 국내 디자인산업 발전은 물론 국내 기업경영의 획기적인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21세기 세계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밀레니엄 상품을 발굴한 점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압도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밀레니엄시대를 맞아 국내에도 디자인혁신의 시대가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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