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통신실명제

안길승 슈퍼네트 부사장

 현대사회는 개방화 시대조류와 함께 모든 사회활동에 실명제가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금융실명제·부동산실명제 등이 그 좋은 사례다.

 실명제는 경제분야뿐만 아니라 통신분야에도 적극 도입돼야 한다. 통신은 21세기의 중요한 대인교류 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화회선망·인터넷통신망·이동전화통신망 등 다양한 유무선 통신수단을 통해 음성·데이터·영상 등으로 분류되는 각종 정보 역시 거래실명제 개념이 적용돼야 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데이터통신에서 정보를 주고받을 때 상호간의 ID나 주소가 명시되어 상당부분 실명제가 실시되고 있고 일반 개인도 전자우편 전송 등을 통해 이에 친숙해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일상생활에 아주 밀접한 일반 전화통화에 있어서는 전화를 걸어온 상대방의 전화번호가 자동적으로 수신자측의 전화기에 표시되는 기능, 즉 「발신자 번호표시」 기능이 통신비밀보호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상당수의 선진국들이 「발신자 번호표시」제도를 채택하는 등 전화통화 실명제 개념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것에 비한다면 우리나라는 이에 대해 매우 소극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본 제도의 시행과 관련해 먼저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전화국에서는 모든 기술적 준비가 되어있으며 종합정보통신망(ISDN) 등과 같은 디지털 전화망에서는 즉시 시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는 개인의 통신 사생활을 보호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본 제도의 시행을 법규로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개인은 자기의 통신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도 있지만 타인의 생활을 불법으로 침해하지 않도록 자기를 투명하게 노출하는 것 또한 하나의 예절이며 의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난번 국회에서 상당히 논란이 됐던 도청·감청문제와도 연관이 있는 부분이다. 일반 주택이나 아파트·사무실·빌딩내의 전화 단자함에 불법으로 접속해 남의 전화 통화내용을 도·감청하는 행위는 엄격히 규제돼야 한다.

 이는 전화가입자가 ISDN 등과 같은 디지털 전화망에 가입하면 일반 전화음성이 디지털신호로 변환되므로 도청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발신자번호 표시제도가 도입되면 텔레마케팅 및 컴퓨터통신통합(CTI) 서비스분야의 관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산업이 급속히 발전해 세계 경쟁력 확보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또 소방서·119구급대·경찰서 등에 걸려오는 수많은 장난전화도 근절될 수 있으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일반 가정에서의 음란·폭력전화 피해도 상당부분 퇴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 4500만명에 유무선전화가 4300만회선 이상 보급된 세계 10위권의 통신선진국이며 성숙한 선진 통신문화 환경에 걸맞게 개개인의 통신 사생활은 반드시 보호받아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투명하게 노출시키는 전화통화 실명제인 발신자번호 표시제도가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정보통신부·법무부·국회가 관련법규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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