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삼성-LG 막오른 디지털 전쟁 (2)

양사의 디지털 미래상

 「LG -디지털 리더」. 이 한마디에 디지털 미래를 향한 LG의 꿈이 모두 담겨 있다. LG전자는 아날로그시대에 국내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LG전자가 설립된 1958년이 국내 전자산업의 출발점으로 여겨질 정도다.

 LG전자는 지난 59년 국내 처음으로 국산 진공관라디오를 생산했으며 62년에는 국내 최초로 전화기를 선보였다. 또 그해 미국으로 라디오를 첫 수출했으며 66년 흑백 TV, 68년 에어컨을 국내 최초로 생산하기도 했다.

 아날로그시대에 국내 전자산업을 이끌어왔던 LG전자는 다가오는 디지털시대에서도 리더의 자리를 꿈꾸고 있다.

 그래서 LG전자는 국내기업 중 가장 먼저 지난 7월 14일 디지털 비전을 선포했다. 이 자리에서 LG전자 구자홍 부회장은 『이제 우리의 유일한 선택은 디지털』이라면서 『디지털은 우리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가야 할 길을 디지털로 정한 구자홍 부회장은 『인류의 삶을 더욱 흥미롭고 편리하게 하는 혁신적인 디지털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디지털 경영의 리더십을 구현하는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며 『세계 어디를 가든 마케팅·연구개발·디자인부문 등에서 인정받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기도 했다.

 LG전자의 경영지원담당 권영수 상무보는 『LG의 디지털사업 전략에서 마케팅·테크놀로지·디자인·네트워킹 등 4가지를 핵심역량으로 삼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날로그시대에 LG전자가 전자산업의 메카라면 삼성전자는 세가지의 신화를 창조한 기업이다. 지난 95년 반도체 신화를 낳았던 메모리반도체, 99년 제2의 반도체 신화라는 신조어를 내놓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그리고 애니콜 신화로 이야기되는 휴대폰단말기 등이 그것이다.

 이제 새로운 밀레니엄시대를 맞아 삼성전자는 제4의 신화를 꿈꾸고 있다. 삼성전자는 디지털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제4의 신화를 이루려는 준비태세에 들어갔다.

 지난 10월 30일 창립 30주년을 맞아 가진 「디지털비전 선포식」에서 윤종용 사장은 『다가오는 디지털시대는 모든 전자기기와 서비스가 디지털화·네트워크화함에 따라 수많은 사업이 생기는 기회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21세기에는 디지털 컨버전스 혁명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임을 선언했다.

 세계적인 종합전자업체로의 도약을 선언한 삼성전자는 오는 2005년 국내외 연결매출 70조원 달성과 함께 부채비율도 110%에서 50% 미만으로 줄여 현재 30조원 정도인 기업가치를 120조원으로 늘리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초일류기업으로 자리잡을 계획이다.

 이 회사의 디지털사업을 설계하고 있는 전동수 상무는 『아날로그시대에선 일본에서 성공한 제품을 모방하는 이등전략으로 일등을 해왔으나 디지털시대에서는 이같은 전략이 먹혀들지 않는다』면서 『디지털사업 전략은 고객, 일류주의, 상생전략, 창조성, 종합력에 바탕을 두고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꿈꾸는 디지털의 미래상은 비슷하다. 한마디로 아날로그시대의 이류기업에서 탈피, 디지털시대에는 세계 일류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디지털 미래를 바라보는 인식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 융합과 복합화로 과거에 없었던 다양한 제품과 사업이 출현하고 있으며 불과 2, 3개월의 격차로 기업의 흥망이 좌우될 정도로 엄청나게 빠르고 단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사업별 상위 몇개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두 회사는 급변하는 디지털의 미래를 불안하게 바라보면서도 세계 일류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기회로 삼고 있는 것이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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