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데이터지원 서비스시대 "활짝"

 지난 2, 3년 동안 통신산업계에서 급박하게 전개되어 온 흐름은 데이터통신의 급부상이란 말로 대표된다.

 이는 데이터통신 서비스를 지원하는 토대인 각종 통신·네트워크 장비산업의 급부상과 자연스레 연계되고 있다.

 통신서비스 회사들도 기존 음성위주의 서비스 시대에서 본격적인 데이터서비스 시대로 이행하는 흐름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분위기는 한국통신이 최근 발표한 대대적 사업개편 계획을 통해 잘 드러난다.

 최근 한국통신은 기존 음성전화 사업에서 탈피해 인터넷·차세대 이동통신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새 천년 비전」을 선포했다. 한국통신은 2005년까지 인터넷데이터사업 육성, IMT2000사업 추진 등 미래형 통신서비스에 적극 나설 계획도 밝히고 있다.

 이는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음성서비스 시대는 막을 내리고 데이터지원서비스 중심의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데 대비하는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데이터통신서비스 시대 도래는 지난 2, 3년새 인터넷사용자의 급속한 증가세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통신장비업체들도 기존의 음성통신서비스 회사들의 데이터 중심 서비스 방향을 이해하고 이에 대처하는 영업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데이콤과 한국통신의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계획은 이같은 데이터서비스 중심의 통신산업계 흐름을 대변한다. 유선통신망 사업자들은 이미 확보하고 있는 기존 음성망을 패킷망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무선통신서비스업체들도 인터넷 이동전화서비스를 이용한 데이터서비스 구현에 사활을 걸고 대응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물결은 통신장비업체들에 자연스레 파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유선 또는 음성장비 중심으로 개발해 온 국내업체들은 애가 타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음성교환기 시장에서 국산장비 보호정책이라는 명목으로 국산교환기 4사에 보호막을 쳐주어 왔지만 통신시장 개방의 대세로 인해 국내 업체들도 자생기반을 마련해야 할 처지가 됐다.

 국내 업체들은 그동안 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중심으로 데이터장비 기반기술 개발에 나서왔으나 외국업체에 안방을 내주어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이같은 현실속에서 시스코·스리콤 등 전형적인 데이터서비스 장비 공급업체가 국내 통신장비시장에서 부각되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음성통신장비 지원업체인 루슨트·노텔 등도 세계적 데이터네트워크 장비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전세계적인 데이터 중심의 통신산업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그동안 매출의 대부분을 음성통신 서비스 사업에서 확보해 온 유선서비스 사업자들도 향후 데이터서비스 시장의 급신장 전망을 보면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가지고 있는 TDM(Time Data Multiplex

ing)방식의 백본망을 통해 음성서비스를 소화할 수는 있지만 대용량 데이터트래픽 처리엔 역부족이란 치명적 단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껏 구축해 온 대규모 음성통신망을 데이터망으로 업그레이드하기도 쉽지 않다. 투자비도 막대하지만 구현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며 음성보다 용량이 큰 데이터를 처리할 때 시스템 부하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장비로는 데이터서비스 품질을 구현하기 어렵고 기존 음성교환기에서 지원되던 다양한 부가서비스와 지능망 서비스도 지원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장비업체들은 지난해부터 ETRI를 중심으로 개발에 나섰으나 모든 프로젝트를 상용화하는 시점을 향후 3, 4년 이후로 봐야 할 정도로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음성과 데이터간 통합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통신장비 거인들의 치열한 경쟁도 볼 만하다.

 기존 시장의 수성입장에 서 있는 음성통신 장비업체들과 여기에 새로이 진입하려는 네트워크업체들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루슨트·에릭슨·지멘스 등 음성교환기 개발업체들은 통신시장이 본래 자신들의 영역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음성기술을 기반으로 데이터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네트워크 업체들을 인수·합병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시스코·스리콤 등 전통적인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은 데이터 시장의 선두주자임을 표방하며 음성통신서비스 시장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두 진영은 각기 음성교환기술을 데이터와 접속시켜 기존투자를 보존해야 한다는 이른바 진화론적 이론과 음성통신장비를 데이터 장비로 전면 대체해야 한다는 혁명적 이론으로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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