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85)

 『인사 올립니다. 저는 홍미라라고 합니다.』

 키 작은 여자가 꾸벅 인사를 하고 배용정 옆에 가서 앉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나지연이라고 합니다.』

 『너희들 이름은 한번 잘 지었군. 누가 지어주었니?』

 배용정이 말하면서 옆에 앉는 여자의 가슴에 손을 대었다. 여자가 몸을 뒤로 빼었다.

 『아이, 이 오빠는 처음부터 왜 이러셔?』

 『이년아, 만지는데 처음과 끝이 있니? 너희들 입에서 모두 술냄새가 확확 풍기는 것을 보니 이미 테이블에 들어갔었구나?』

 『그럼요. 지금 자정이 넘었는데 독수공방하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하세요?』

 키가 큰 나지연이 말하면서 눈을 흘겼다.

 『두 테이블씩 뛰고, 돈을 잘 버는데? 그리고 우리 같은 마지막 놈하고는 2차 가고 말이야. 네가 나보다 연봉이 많을 것 같은데?』

 『두 분 서울에서 오셨어요?』

 『우리가 서울 놈으로 보이니? 너희들은 대구 말을 안 쓰네?』

 『우리도 서울서 왔지만, 실제 고향은 광주예요.』

 『뭐, 광주? 그런데 호남 사투리를 안 쓰는데?』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호남 말은 가급적 안 써요.』

 『썩어질, 왜 숨기고 지랄이야?』

 『어머, 오빠 고향이 전라도예요?』

 『우린 목포다.』

 『어머 오빠, 우리와 이웃 동향이네요.』

 주로 키 큰 여자가 지껄이고 키 작은 여자는 입을 다물고 술잔에 술을 따라 칵테일을 만들고 있었다.

 『동향인데 공짜로 잘 수 있니? 좀 봐줘라.』

 『기분에 맞으면 못해 줄 거 없지라.』

 여자는 이제 완전히 호남 사투리를 사용했다.

 『공짜로 자빠져 준다 이거지? 거, 오늘 밤 우리 운수 텄네.』

 배용정이 키 큰 여자와 천박한 농담을 주고 받는 동안에 그들의 말이 나에게는 잘 들리지 않았다. 나의 머리 속에는 다시 만들어 납품해야 할 제품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러한 고민을 털어 버리려고 술을 마시는 것이지만, 그렇게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배용정은 여자들과 음담패설을 주고 받으면서 그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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