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전자의 말뒤집기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대기업이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은 얼마나 믿고 받아들일까.

 호남지역의 과학기술요람인 광주과학기술원 학내에 가보면 우리나라 대기업이 벌이고 있는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말의 실체를 낱낱이 알 수 있다. 이름하여 삼성환경연구동.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업 중의 하나인 삼성전자가 기업이윤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무려 50억원의 거금을 들여 광주과기원에 기증하기로 한 대학의 연구동이다.

 하지만 이 건물은 어쩐 일인지 공사가 중단된 채 마치 북한의 선전마을처럼 을씨년스럽게 방치돼 있다. 그 이유는 IMF 이전인 97년 9월 공사에 착공했던 삼성전자가 기업생존권 차원에서 더이상 공사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지난해 10월부터 공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당초 약속했던 50억원 중 겨우 20억원만을 공사비로 부담한 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삼성전자는 엊그제 창립 30주년을 맞아 장기비전으로 오는 2005년 국내외 연결매출 70조원, 연이익률 12%의 초우량 수익구조를 달성하는 등 세계적인 종합전자업체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돈버는 데만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물론 30억원이 작은 돈은 아니다. IMF가 기업들을 움츠리게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반도체경기 호황 등으로 삼성전자가 벌어들이는 순익규모나 기업이미지 개선에 쏟아붓는 막대한 광고비를 감안하면 순진한 대학 교수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며 기업이미지를 손상시킬 정도로 큰 돈은 아닌 것 같다.

 광주과기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공사 재개를 요청하는 공문을 삼성측에 보냈으나 경영악화로 더이상 자금을 부담하기 어렵다는 대답만 들었다』며 『대통령이 학교를 방문했던 3일에는 정말 조마조마했다』고 털어놨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행태는 SK그룹이 지난해 자금사정이 어려운 와중에도 고 최종현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무려 120억원을 투입해 강의동과 연구동을 신축한 후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에 기증한 일과 비교된다. 실타래가 어디가 꼬였는지 제대로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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