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공기에도 무게가 있다」는 사실을 안다. 이러한 상식도 입증되기까지 오랜 시일이 걸렸다.
이를 실험으로 증명한 것은 17세기 들어서다. 갈릴레오는 유리병에 공기를 압축해 넣어 저울에 올려놓고 공기를 빼는 실험을 했다. 저울이 기울면서 공기에도 무게가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로버트 보일은 갈릴레오의 실험을 바탕으로 공기의 본질을 연구했다. 그는 J자로 된 유리관 실험을 통해 「공기의 부피는 압력에 반비례한다」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른바 「보일의 법칙」이다.
그런데 보일은 당대 철학자 홉스로부터 칭찬은커녕 핀잔만 들었다. 홉스는 『누구나 추론을 통해 그러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데 보일은 쓸데없는 실험으로 시간만 낭비했다』라면서 빈정거렸다.
이러한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보일은 실험에 몰두한 사람이다. 그는 어떤 실험이든 데이터를 축적했다.
공기에 대한 보일의 이론과 실험은 18세기 라부아지에, 19세기 아보가드르, 20세기 퀴리부부 등 후세 과학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보일의 위대함은 발견한 법칙보다는 실험과 관찰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는 점이다.
서양 과학의 역사는 끊임없는 실험의 역사다. 실험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법칙을 발견했으며 이는 문명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아이작 뉴턴은 『내가 앞을 멀리 내다볼 수 있는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는 난쟁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대한 물리학자도 기존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론을 정립했다.
기술가치를 평가하는 일은 마치 공기의 무게를 재는 것과 같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새로 등장한 기술에 대해 「가치있다」 또는 「가치없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기술이 얼마나 가치있는 기술이냐』라고 되물으면 우물쭈물한다.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없어서다.
선진국은 기술가치를 평가하는 데에도 구체적이고 명확한 판단기준을 갖고 있다. 판단기준은 경험에서 나온다. 선진국은 기술가치를 평가한 경험을 끊임없이 축적하면서 판단기준을 더욱 정교화하고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가 더욱 커지는 디지털시대를 앞두고 우리의 눈은 지금 가리워져 있다.
<신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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