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컴퓨터게임을 문화상품으로

류기정 밴하우스 사장

 게임관련 예산이 1억원 미만에서 올해 134억원으로 증액되는 등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게임산업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미래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정부정책에 따라 게임업체들도 의욕에 차 게임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게임을 단지 수출 및 수익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논지에서 벗어나, 국민정서를 바탕으로 한 문화상품 개발이라는 방향으로 의식이 전환되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월트디즈니사의 98년 매출액은 230억달러이고 세후 순수익은 19억달러를 넘어섰다고 한다. 월트디즈니사가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설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이념에 있다.

 디즈니는 인간의 자원 중 가장 가치있는 것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 휴식하는 시간, 노는 시간을 즐겁고 흥겹게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기업모토였다.

 월트디즈니의 예가 아니라도 일본의 게임개발사 닌텐도의 경영철학은 「가정에 즐거움을 주는 게임기 제조」였다. 이렇듯 게임 및 콘텐츠의 개발 뒷면에는 개발자의 철학과 이념이 뒷받침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일반인들의 게임개발에 대한 인식은 그리 곱지 않은 것 같다.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중고등학생 중에서 43%가 컴퓨터 게임을 제일 많이 사용한다는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학교 컴퓨터의 교육적 활용면에서 컴퓨터 게임은 제외되어 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놀이문화가 발달했다. 하지만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놀이에 대한, 특히 게임에 대한 교육적인 인식 및 철학이 부족해진 것이 사실이다.

 게임이 신세대의 새로운 에듀테인먼트(에듀케이션 + 엔터테인먼트)로 자리잡을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교육계에서는 게임의 유무해 논쟁이 지속되고 있을 만큼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게임 자체가 신세대의 교육에 역행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사회분위기에서 게임진흥에의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

 컴퓨터 게임은 통신의 발달로 인해 많은 장르가 탄생하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일반적인 인식은 게임을 이른바 오락실의 아케이드게임 정도로 생각하고 이를 제재하거나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창조적이며 자발성에 목말라 하는 아이들에 더 없이 좋은 공간이 컴퓨터 게임의 세계라 말하고 싶다. 컴퓨터 게임산업은 일반인들의 이해와 올바른 인식속에 성장하고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정신적인 사고와 창의력을 돋울 수 있는 교육아이템으로 컴퓨터 게임을 선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오랜 역사적으로 하나의 단결력을 가져온 차전놀이와 줄다리기 등 온 국민이 즐겨하던 전통 놀이문화를 게임의 공간에 재탄생시키는 것도 컴퓨터 게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게임 시나리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게임의 창작활동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이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비단 영화와 음악부문이 아니더라도 게임 시나리오 작가에게 각종 혜택 등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놀이문화를 컴퓨터 게임으로 승화시켜 게임에 대한 국민의 의식변화를 시도할 시기가 됐다. 그래야만 우리의 문화상품인 컴퓨터 게임이 세계속의 상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