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명문> "사의 역사"는 있어도 "농공상의 역사"는 없다

이병철 "호암자전" 중

 『레이건대통령은 1981년 취임사에서 「기업들이야말로 새로운 일자리와 부와 기회를 창조해내는 이 시대의 영웅들」이라고 기업가들의 역할을 찬양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는 기업이나 기업가가 역사상 평가받은 예가 없지만 그 역사적인 인물 중에도 훌륭한 기업가라고 할 만한 분들이 많이 있다. 특히 신라시대 장보고와 같은 위대한 존재를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그는 천년전 해상무역로를 개척해 중국 일본은 말할 것도 없이 멀리 동지나해까지 그 세력을 뻗치면서 상권을 독점하고 있었다. 동아시아 일대를 누비는 절대적인 힘의 무역상이자 호상(豪商)이었다.

 중국의 사서나 일본의 고서에도 장보고는 그 위명(威名)을 남기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까마득하게 잊고 있다. 흔한 정치가나 장군의 동상은 있지만 그의 동상 하나 없다.

 이것이 비단 장보고의 일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사(士)의 역사」는 있어도 「농공상(農工商)의 역사」는 없다. 말하자면 농공상의 역할은 천시받고 있는 것이다.』

메모

 삼성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자서전 「호암자전」(86년)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기업의 중요성이다. 기업은 개인에게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나라의 재정을 뒷받침하고 사회의 생활환경과 문화시설을 끊임없이 개선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장보고를 역사속의 몰락한 장사꾼으로 평가하는 한 국가가 발전할 수 없다는 그의 소신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격세지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삼성의 기업철학의 뿌리가 어디서 출발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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