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인터넷PC 시대 (7.끝);에필로그

 『매장 종업원이 국민PC라며 권유해 안심하고 구입했는데 알고 보니 정부가 인증하는 「인터넷PC」가 아니었습니다. 제품을 되물리고 정부 인증제품을 다시 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부의 인증마크가 찍힌 인터넷PC를 카드로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PC를 설치하는 사람이 현금이면 몰라도 카드결제시에는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해 한바탕 승강이를 벌였습니다. 정부가 공급하는 제품에 카드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 말이 됩니까.』

 정부가 컴퓨터의 가격과 품질, 애프터서비스를 인증, 일반 국민에게 보급하는 인터넷PC가 시판된 지 불과 10여일 만에 쏟아지는 이같은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은 인터넷PC의 현주소와 과제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 폭발적인 호응 속에 초반 순항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부가 인증하고 보증한다」는 사상 초유의 성격 탓에 소비자들의 사소한 불만이나 민원이 모두 정부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개중에는 논리적으로 막무가내식의 요구조건도 있지만 12개 사업자가 전국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인터넷PC니 만큼 언제 어디서 문제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그때마다 정부를 들먹일 것이고 이는 정부로서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이때문에 주관부처인 정통부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우선은 사업자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하고 일부 대기업들이 펼치고 있는 편법 마케팅, 예컨대 「국민PC」 등의 유사 상표에 국민이 현혹되지 않도록 홍보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PC가 당초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가장 시급한 것이 12개 사업자에 대한 보다 정확한 구매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정통부는 12개 사업자들이 저마다 차별화된 가격과 마케팅을 동원, 시장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은 기왕에 정부가 인증하는 제품이라면 회사별 모델의 기능, 애프터서비스 수준 등을 정부가 정기적으로 평가,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정통부도 내부적으로는 ETRI를 통해 각사 제품의 평가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과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 대기업 제품에 대한 원가 자료 등 다양한 정보도 수집해 놓고 있다. 이 역시 공개는 꺼린다.

 지역간·계층간 지식격차를 해소한다는 인터넷PC의 사활을 가를 열쇠는 인터넷 인프라의 확충이 꼽힌다. PC만 보급해 놓고 정작 인터넷 접속에는 곤란을 겪는다면 말그대로 그림의 떡이 된다.

 정부도 이같은 점 때문에 인터넷 통신요금을 정액제로 하고 그 수준도 크게 내리는 유인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망 자체의 노후성에서 야기되는 접속불량·시간지연 등의 문제는 쉽게 해결할 성질이 아니다. 이런 판에 인터넷PC가 보급되면 통신수요량은 더욱 늘어날 테고 민원도 그에 비례해 증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인터넷PC가 지식사회의 인프라를 향해 첫발을 내디딘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진정한 의미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통신망 등 인터넷 사용환경의 업그레이드가 더욱 절실하다.

 인터넷PC는 하드웨어의 보급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보사용 환경을 바꾸어 놓아야 하고 그래서 정부의 모든 정보화 정책도 진일보, 이에 발을 맞추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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