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영상회의시스템" 주가 폭등

 전화기와 TV의 사용이 몸에 익숙해질 무렵부터 사람들은 두 기기의 결합을 상상했다. 인간의 오래된 습성인 「마주보고 이야기하기」의 지역적 한계를 깨뜨리려는 노력이 궁극적으로는 영상회의(비디오 콘퍼런스)시스템을 등장시킨 것이다.

 특히 정보시대를 맞아 전세계 기업들이 업무효율을 극대화할 통신수단(네트워크)을 찾으면서 동영상·음성·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영상회의시스템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쉽게는 두 세트의 캠코더와 TV만으로도 영상회의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실제 안방과 건넌방에 각각 캠코더와 TV를 설치한 후, 양쪽을 유선으로 연결하면 훌륭한 영상회의가 가능해진다.

 이같은 방식의 아날로그 영상회의시스템은 이미 지난 64년 AT&T가 뉴욕 세계박람회를 통해 선보였다. 다만 이 시스템은 거리상으로 가까운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여러 사람과 한꺼번에 통화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80년에는 T1회선에 1.5Mbps의 속도로 영상을 압축·전송하는 디지털 영상회의시스템의 개념이 등장했다. 이 때부터 회의실간을 연결하는 룸(Room)형 영상회의시대가 열렸으나 시스템 가격이 평균 30만 달러에 달했고 회선사용료도 시간당 200달러나 돼 대중화하지 못했다.

 높은 가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국제표준화기구(ITU­T)의 전신인 CCITT에서 정의한 「H.320」이라는 종합정보통신망(ISDN) 영상회의시스템 표준규격이다. ISDN 영상회의 국제규격이 제정됨에 따라 시스템을 만들기가 쉬워졌고 가격도 저렴해지면서 지난 94년 112Kbps나 128Kbps의 속도에 시스템 가격도 1만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바야흐로 영상회의시스템 시장이 열린 것이다.

 이후 96년 「H.324」표준이 마무리되면서 전화선용 영상회의시스템과 「H.323」표준의 근거리통신망(LAN)용 영상회의시스템이 등장하는 등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앞으로는 광대역 종합정보통신망(BISDN)을 이용하는 영상회의시스템이 등장해 공상과학(SF)영화에나 소개되던 양방향, 다지점 영상회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같은 기술발전에 발맞춰 관련시장의 수요도 빠르게 증대되고 있다.

 미국의 「텔레스팬」지에 따르면 그룹형 영상회의시스템의 세계 수요가 지난 97년 3만대, 98년 4만대, 99년 8만대(예상) 등 매년 30∼40% 성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세트톱박스 형태의 보급형 영상회의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율이 97년 37%, 98년 59%, 99년 65∼75%(예상)로 매년 증가하면서 수요확산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수치도 약 500만개로 추정되는 전세계 회의실 수의 7%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직도 잠재수요가 엄청나다.

 한편 세계 영상회의시스템 시장은 픽처텔을 비롯해 폴리컴·VTEL·텐버그·소니 등 외국업체들이 과점하고 있는 반면 국내업계는 삼성전자·나다기연 등이 이제 막 관련사업에 뛰어든 단계다. 따라서 활발한 연구개발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영상회의시스템이 비주얼 통합 솔루션을 등장시키는 초석이 되리라는 점에 주목, 국내 통신장비업계의 발빠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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