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드> 영상전화시대 개막

 인류에게 친숙한 통신매체의 하나인 유선전화기가 허물을 벗고 있다. 그것도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공상과학(SF)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영상전화기로의 환골탈태를 시작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히 얼굴을 마주보는 영상통화기능에 머물지 않고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웹폰까지 등장했다. 이에 따라 장차 「전화기」라는 단어가 20세기와 함께 사라지고 「전화+PC+TV」를 포괄하는 새로운 용어가 탄생하리라는 성급한 예측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우선 올해 말을 기점으로 공중전화망(PSTN)을 이용해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통화하는 영상전화기 시장이 꽃봉오리를 터뜨릴 조짐이다.

 이 제품들은 기존의 일반 전화선에 연결해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데다 영상통화에 따른 별도의 요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소비자가격도 200만원 이상에서 100만원대로, 최저 40만∼60만원대로까지 떨어질 전망이어서 적지않은 수요를 창출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외 업체간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국내의 LG전자·이레전자산업·유경텔레콤·누리데이타시스템 등이 속속 제품을 선보이면서 선두업체인 미국의 8×8, 일본의 파나소닉, 대만의 로열과 트루독스 등을 맹추격할 태세다.

 그러나 최근 출시되는 공중전화망을 이용한 영상전화기는 대부분 56Kbps 이하의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하기 때문에 1초당 2∼5프레임을 구현하는 데 그치고 있다. 따라서 엄밀하게는 송·수신자가 서로 얼굴을 마주보기는 하되, 음성과 영상이 일치되는 자연스러운 통화를 즐기지는 못한다. 인터넷망을 통한 영상통화도 거의 정지영상인데다 화질이 떨어지고 화면크기가 작아 대중화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64∼384Kbps의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종합정보통신망(ISDN), 데이터 전송속도가 최소 384Kbps인 영상회의 전용선을 이용한 영상전화기들이 대체상품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ISDN이나 전용선을 이용한 제품들은 최소 1초당 20프레임의 화면을 실현, TV를 보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영상구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회선사용료가 비싼 게 흠이다. 현재 국제구간에서 영상회의 전용선을 통해 통화하면 매월 5000만원 이상이 회선사용료로 지출된다.

 대우통신과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PC없이 인터넷에 접속하고 전자우편을 송수신할 수 있는 차세대 전화기인 웹폰에 관심을 쏟고 있다.

 대우통신은 도시바의 CPU를 장착하고 16MB 메모리, 8MB 플래시메모리, 8인치 액정(LCD)스크린을 갖춘 웹폰(제품명 대우텔레콤)을 개발했다. 삼성전자도 최근 자사의 웹폰(제품명 애니웹)과 호환이 가능한 인터넷 솔루션(일명 홈톱) 개발을 알카텔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파트너십을 맺는 등 관련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우통신의 제품은 적외선무선통신(IrDA)포트를 갖추고 있어 다른 통신단말기나 PC 등과의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의 제품은 알카텔과의 제휴를 통해 플러그&서프(Plug&Surf)라는 스타트업 기능과 HTML(Hyper Text Markup Language)기반의 오프라인 페이지 기능을 갖추게 될 예정이다.

 한편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음성전화·무선호출·전자우편 등의 서비스를 손바닥 안에서 구현할 IMT2000도 전화기의 개념을 크게 뒤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음성 위주로 서비스되고 있는 셀룰러폰과 PCS 등 이동전화기가 고속 데이터·패킷·영상 등 멀티미디어 개인통신을 지원하는 IMT2000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IMT2000은 전화기라기보다는 종합 개인휴대통신으로서의 개념이 더 크다. 하지만 단순하게는 「최종적인 꿈의 전화기」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