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말도 많았던 인터넷PC가 20일 본모습을 드러냈다.
아직은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과 PC업계는 품질이나 향후 시장전망과 관련해서는 최대한 논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저가PC 시대의 개막과 시장활성화 측면에서는 한결같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PC 출시 첫날 용산 등 전자상가는 여느 때와 비교해 큰 차이는 없었으나 우체국은 폭주하는 문의 및 상담전화로 바쁜 하루를 보냈다.
지난 8월 인터넷PC 공급계획 발표이후 지속됐던 구매대기수요가 여전히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고 인터넷PC 사업자들도 일선 대리점보다는 우체국 수요 조달에 우선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일선 시장 반응은 비교적 냉담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이날 우체국을 통해 인터넷PC 계약을 접수한 결과 오후 4시까지 8000여건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우체국 폐문시간인 오후 6시까지 실적을 감안하면 1만건이 넘을 것이라는 게 정통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컴퓨터적금 가입자가 최근 1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인터넷PC 출시 하루 만에 1만명이 계약을 체결한 점은 적금 가입자 외에 현금구매 고객이 예상외로 많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통부는 당초 현금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적금 가입자보다 2배 정도 될 것으로 생각했으나 실제는 3∼4배 정도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우체국은 가격과 구매절차 등을 상담해주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지만 용산 등 일선 PC유통상가는 비교적 조용했다.
전자랜드와 터미널전자쇼핑의 조립PC매장 가운데 12개 인터넷PC 사업자와 대리점 계약을 맺은 일부 매장만이 1∼2대씩 인터넷PC를 진열해 놓거나 전단지를 보여주며 예약판매를 하는 데 그쳤다.
실제로 전자랜드에 위치한 한 컴마을 대리점은 이날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제품을 진열했다. 성일컴퓨텍 대리점, 현주컴퓨터 대리점 관계자들은 각각 22일, 25일이 돼서야 매장에 제품을 들여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연테크 역시 전자랜드 한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리점에 제품출하를 하지 않았으며, 별도의 유통망을 갖추지 않은 PC뱅크도 우체국을 통한 판매에만 집중했다.
이에 따라 이들 대리점은 업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날 하루동안 5∼10건의 예약판매 실적을 올렸으나 대부분 상담을 하는 데 그쳐야 했다. 소비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두고 보자」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넷PC 한대를 매장에 진열해놓고 있던 한 대리점주는 『오늘 하루에만 30명 이상이 가격과 성능에 대해 상담을 했고 특히 현금으로 구매할 경우 더 할인해줄 수 있는지를 물어봤다』고 말하고 『실제 제품이 매장에 본격적으로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주말까지는 소비자들이 구매를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나진상가 및 선인상가의 조립PC 상인들은 인터넷PC가 예정대로 출시되자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미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대세에 편승해 인터넷PC의 판매를 대행, 단 몇만원의 마진이라도 확보하는 것이 굶는 것보다 낫다는 입장이며, 다른 한편에서는 끝까지 「시장왜곡」을 지적하며 인터넷PC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인터넷PC는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이달 말까지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당분간 소비자들의 눈치보기가 계속될 것이고 인터넷PC사업자협의회도 지난 19일 모임을 갖고 최대한 판촉경쟁을 자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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